지난 23일 미국 오하이오주 웨스트체스터 타운의 타운십(township) 운영위원회에서 위원장인 69세의 인도네시아 화교 출신 미국인이 “뭐가 애국심인지 보여주겠다”며 셔츠 벗었다. 신시내티 북쪽에 위치한, 인구 6만4000명인 이 소도시의 타운십위원회는 이날 곧 있을 미국 현충일인 메모리얼데이(5월31일) 행사 계획과, 연방 정부에 경찰관 방탄 조끼 지원을 요청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그러나 회의 말미에, 위원장인 리 웡(69)씨가 신상 발언을 했다. 그는 욕설을 섞어 “나는 이런 상황을 침묵으로 참아왔다. 거친 단어 사용을 용서해달라. 더 큰 욕설과 차별을 받을까 봐 대놓고 말하기가 두려웠다”며 자신이 겪은 인종차별 경험을 얘기했다. 공화당원인 그는 18세 인도네시아 보루네오 섬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화교로서, 시카고에서 처음 인종차별적 공격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웡 씨는 “두려워서 인종차별 상황에 대해 침묵했지만, 지난 수년간 더 악화됐다. 모르는 사람이 내게 와선 ‘미국인처럼 생기지 않았다. 충분히 애국적이지 않다’고 말해 나를 열 받게 한다”고 했다.

그리고 웡 씨는 양복 상의를 벗고, 셔츠를 풀고 일어났다. 셔츠를 가슴까지 들어올리며, 20년간 미군에서 복무하면서 얻은 큰 흉터를 보여줬다. 그는 “이게 내 증거다. 이 정도 애국심이면 충분하느냐. 더 이상 (인종차별을 꺼려) 돌아다니기를 꺼리지 않는다. 전에는 망설였다”며 “미국 헌법을 읽어보면, 우리는 모두 동등하다. 누구는 우월하고 누구는 아닌 것이 아니다”고 했다.

이날 타운십위원회 미팅은 1주일 전 조지아주 애틀란타 시의 마사지 샵에서 증오 범죄로 6명의 아시아계 미국인이 살해된 뒤 열린 첫 모임이었다. 그는 “특히 음식점에서 일하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광범위한 편견에 시달린다. 그들은 열심히 일하는 미국인이고, 일부는 미군에서 복무했다. 중국군이 아니라, 미군이다”고도 했다.

웡 씨는 자신의 가슴에 난 큰 수술 흉터를 드러낸 동영상이 화제가 된 뒤 CNN 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흉터는 사우스캐롤라이나의 군 부대인 포트 잭슨에서 훈련 받을 때 얻은 상처와 감염으로 여러 차례 수술을 한 결과”라고 말했다. 웡 씨는 지역 일간지인 ‘저널-뉴스’에 25일 “말하지 않으면, 언젠가 애틀란타 참사가 우리에게도 닥칠 수 있다”며 “침묵하면 인종 범죄는 더욱 대담해지고 지속된다”고 말했다. 웡 씨는 이날 “편견은 증오이지만, 그 증오는 바뀔 수 있다. 우리는 인간이고 서로를 좀 더 친절하고 부드럽게 대해야 한다”고 말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