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대륙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사헬 지역 국가에서 잇따라 쿠데타가 발생하는 가운데 마지막 보루로 꼽혔던 니제르에서도 쿠데타가 일어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 북부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하라 사막의 남쪽 경계선 부분을 뜻하는 ‘사헬(아랍어로 ‘가장자리’라는 뜻)’ 지역은 최근 몇 년간 알카에다나 이슬람국가(IS) 등 극단주의 이슬람 세력이 영역을 빠르게 확장해 갈등이 증폭돼 온 곳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9일(현지 시각) “니제르에서 발생한 쿠데타로 아프리카 대륙의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5600㎞를 가로지르는 여섯 나라에 지구상에서 가장 긴 군부 점령지가 만들어졌다”며 “마지막 ‘도미노 조각’ 니제르가 쓰러지면서 ‘쿠데타 벨트(띠)’가 완성됐다”고 보도했다. NYT가 지목한 6국은 (서쪽부터) 기니·말리·부르키나파소·니제르·차드·수단이다. 앞서 2020년 말리, 2021년 기니, 2022년 부르키나파소 정권을 잇따라 군부가 장악했다. 차드는 2021년 이드리스 데비 대통령이 세상을 뜬 후 군사평의회가 권력을 거머쥐었다. 수단은 2021년 군부가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은 후 군 세력 간 내전이 지속되고 있다.

그래픽=양진경

사헬 지역이 쿠데타와 내전으로 얼룩지는 가운데서도 니제르는 민주주의에 기반한 국가 개발을 추진해 온 나라로 꼽혀 왔다. 니제르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613달러(약 78만3000원)로 국제통화기금(IMF)이 통계를 작성하는 195국 중 185위인 최빈국이다. 1960년 프랑스에서 독립한 이후 2021년 3월 처음으로 평화적·민주적 절차를 거쳐 모하메드 바줌 대통령이 취임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니제르는 연간 20억달러(약 2조5000억원)에 가까운 공적 개발 원조를 받았다. 대부분 미국·프랑스 등 서방 민주주의 국가의 지원이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민주적 재건’ 계획은 지난 26일 발생한 쿠데타로 멈춰 섰다. 바줌 대통령의 경호실장 압두라흐마네 티아니는 이날 부패와 치안 악화를 명분으로 쿠데타를 일으켰다. 바줌 대통령 일가족을 억류하고 자신이 새로운 국가원수에 해당하는 국가수호위원회 의장이라고 밝혔다.

사헬 지역에선 여러 종교가 대립하면서 치안이 악화하고 분쟁이 지속됐다. 특히 무장 이슬람 세력이 치안이 허술한 이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하면서 테러 활동도 끊이지 않았다. 호주경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사헬 지역에서 사망한 6701명 중 43%는 지하드(이교도를 상대로 하는 이슬람의 종교전쟁) 테러 피해자였다. 중동이나 남아시아보다 그 비율이 높았다.

쿠데타로 정세가 불안해지면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득세할 가능성이 커진다. 전체주의 군부 정권의 확산은 전체주의 맹주인 러시아가 세력을 넓힐 발판 역할을 하기도 한다. 30일 니제르 수도 니아메에선 군부를 지지하는 시위대가 러시아 국기를 흔들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이름을 연호하기도 했다. 또 프랑스 대사관이 공격을 받고 한때 출입문에 불이 붙기도 했다. 이보다 이틀 전에는 러시아 용병단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텔레그램에서 “식민 지배자들에 대한 니제르 국민의 투쟁”이라며 쿠데타를 옹호했다. 쿠데타 직후 서방을 적대시하고 러시아를 옹호하는 모습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서방은 쿠데타 세력을 규탄하고 나섰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의 이익을 침해하는 자는 혹독한 대응을 보게 될 것”이라며 “바줌 대통령의 복권을 지지한다”고 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바줌 대통령을 복권시키고 민주 질서를 회복하지 않을 경우 재정 지원과 안보 협력을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도 “EU는 니제르의 쿠데타 군정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