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및 G7 참관국 정상들과 함께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헌화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일본 히로시마에서 지난 19~21일 열린 7국(G7) 정상회의는 공동성명(코뮈니케)을 통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영역 전체에서 무조건 군대와 무기를 철수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연대를 강화 중인 중국을 겨냥해선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고 했다. 아울러 북한을 지목해 “국제 평화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추가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자제해야 한다”며 “무모한 행동은 반드시 신속하고 단일하며 강력한 국제적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일본·캐나다 등 G7 정상들은 정상회의 기간에 “무력에 의한 현상 변경을 결단코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반복해 발표했다. 법치가 아닌 힘의 논리로 국경을 바꾸거나 타국을 예속하려는 세력에 맞서는 ‘G7 자유·민주주의 연대’를 확고히 구축하겠다는 뜻을 확실히 했다. ‘G7 자유연대’의 가치를 공유하며 이번 회의에 초청국으로 참여한 한국·호주를 비롯해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를 같은 편으로 끌어들여 러시아·중국 등 전체주의 세력의 확장을 막겠다는 의지도 거듭 밝혔다.

프랑스의 정부 전용기를 타고 20일 히로시마에 도착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G7 자유연대’가 지켜낼 상징으로 부상했다. ‘히로시마 G7′의 공동성명은 “러시아의 위법한 침략전쟁에 직면한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때까지(for as long as it takes) 지원하겠다”는 문장으로 시작해 “외교·금융·인도·군사적 지원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젤렌스키는 갑작스럽게 방문했지만 도착 당일에만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리시 수낙 영국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연쇄적으로 양자 회담을 가졌다. 21일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윤석열 대통령 등 G7과 초청국 정상 대다수가 그와 회담했다.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의 파트너·친구들과 함께한 중요한 회의였다”라며 “오늘, 평화가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했다.

G7 정상은 중국을 향해 패권주의적 태도를 포기하라는 압박과 함께 자유 진영 질서에 동참하라는 메시지를 동시에 보냈다. 공동성명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힘에 의한 어떠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에도 강력히 반대한다”며 “경제적 위압으로 타국에 영향을 주는 행위에 대해 대항하는 틀을 만들겠다”고 했다.

공동성명은 북한·이란 등 핵개발을 추진 중인 국가에 대한 경고도 담았다. 북한에 대해선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며, 추가 도발 시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며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으로 포기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란에는 “핵무기를 결코 개발해서는 안 되며, (핵개발을 추진하는 독재국인) 시리아에 대한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군부 세력이 내전을 벌이는 아프리카 수단엔 “적대 행위를 조속히 끝낼 것”을 요청했다.

중국의 해양 진출을 견제하는 안보협력체 쿼드(Quad) 회원국인 미국·일본·호주·인도는 20일 밤늦게 히로시마에서 정상회의를 별도로 열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쿼드는 자유롭고 열린, 안전하고 번영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만들기 위해 존재한다”고 했다. 회의 후 쿼드 정상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지배하는 국가도, 지배받는 국가도 없는 인도·태평양을 추구한다. 힘이나 강압으로 현 상태를 바꾸려는 어떠한 일방적 시도에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국가명을 못 박지는 않았지만 중국을 겨냥했음을 쉽게 알 수 있는 문구다.

G7 정상들은 한편으론 중국이 미국 등 서방국과의 대립을 완화할 것을 제안했다. “우리는 중국과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만들 준비가 돼 있다”며 중국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중단하도록 압력을 가해 달라고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일본 NHK는 “국제 사회에서의 중국 역할이나 경제 규모를 고려했을 때, (서로 대립하기보다는) 공통의 이익을 추구하거나, 세계적인 위기를 함께 극복하려는 협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