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연립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12일 방위 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군사력 증강을 위한 국가안전보장전략·방위계획대강·중기방위력정비계획 등 3대 안보 문서의 개정안에 합의했다. 기시다 내각은 16일 각료 회의에서 3대 안보 문서 개정안을 의결, 시행할 계획이다. 3대 문서 개정안은 자위대에 반격 능력(적 기지 공격 능력)을 부여하고 방위비를 5년 안에 현재의 2배로 증액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일본이 평화헌법의 ‘전수방위(專守防衛·공격당할 때 방어용으로만 무력행사)’ 원칙을 사실상 포기하고 군사대국화 길을 선택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일본에서 5~10년마다 개정·발행하는 3대 안보 문서는 일본의 중장기 군사 전략과 무기 보유 계획, 예상 재원 등을 담은 중요한 지침이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일본 보수 강경파의 염원인 ‘반격 능력’ 보유를 명시한 점이다. 적국의 일본 공격 착수를 확인할 경우엔 먼저 적 미사일 발사대 등을 타격하는 개념이다. 자국뿐 아니라 ‘일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타국(미국)’에 대한 무력 공격이 발생했을 때도 적국을 공격할 수 있다. 사실상 유사시 선제공격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자위대는 앞으로 미국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수백발 구매하고 자국산 미사일 사거리도 1000㎞로 늘리는 한편, 적국 군사 시설 정밀 타격을 위한 24시간 위성 감시 태세도 갖춘다. 미사일 실전 배치에만 5조엔(약 47조원)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실전을 상정해 탄약 확보에만 4조엔을 투입한다. 지금까지 방어용 미사일 위주인 데다 최소한의 탄약만 보유하던 자위대의 전략이 송두리째 바뀌는 것이다. 일본은 자위대 체제도 바꿔 육상·해상·항공자위대를 종합적으로 지휘할 ‘통합 사령부’를 신설하기로 했다.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에 대비, 오키나와현 공항 활주로를 자위대 F-35 전투기가 이착륙할 수 있도록 보강할 계획이다. 오키나와의 자위대 부대는 여단에서 사단으로 격상된다.

3대 안보 문서는 “반격 능력 보유가 헌법 및 국제법의 범위 내에서 전수방위 개념을 변경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기술하지만, 사실상 선제공격 개념을 담아 일본 진보 진영에서는 ‘위헌’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일본 안팎에서는 이런 변화를 헌법 9조를 개정해 자위대를 명기하기 위한 전 단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일본의 방위 전략 변화에 따른 천문학적 자금 조달 계획도 제시됐다. 안보 문서 3건에 ‘5년 방위비 총액’을 현재 25조9000억엔(지난 5년간 방위비 합계)보다 훨씬 많은 43조엔으로 명기했다. 연간 방위비는 매년 약 1조엔씩 늘려 2027년엔 11조엔 안팎으로 할 전망이다. 올해 방위 예산(5조4000억엔)의 2배인 것이다. 일본은 2027년에는 인도·독일·영국을 누르고, 미국·중국에 이은 세계 3위 방위비 지출국이 된다. 늘어나는 방위비 17조엔은 대부분 공격 무기 확보에 쓰일 가능성이 크다.

적국과 우호국도 이전보다 훨씬 명확하게 구분했다. 중국·북한·러시아를 가상 적국으로, 미국·한국·대만을 협력 국가로 기술했다. 개정안은 중국에 대해 ‘일본과 국제사회의 심각한 우려 사항’이며 ‘일본이 동맹국 등과 협력해 대응해야 하는, 지금까지 없었던 최대의 전략적 도전’이라고 규정했다. 2013·2018년 ‘국제사회의 우려 사항’이란 기술과는 차원이 다른 표현이다.

북한은 ‘종전보다 더욱 중대하고 절박한 위협’으로, 러시아는 ‘중국과 전략적 연계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에 맞물려, 안보상 강한 우려’라고 지칭했다. 한국에 대한 기술은 변경 없이 ‘지정학적으로도, 일본 안보에도 매우 중요한 이웃 나라’로 둘 전망이다. 대만은 ‘매우 중요한 파트너이며 소중한 친구’로 했다. 일본의 한 군사 전문가는 “요즘 방위성 관료를 만나면 다들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분위기”라며 “자위대는 앞으로 들어올 막대한 돈으로 전력 증강 숙원 사업을 하나씩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격 능력

일본에 대한 무력 공격이 발생할 명백한 위험이 임박할 때 자위대가 미사일 등으로 적국의 군사 시설을 공격하는 것. 일본 자위대는 명목상 군대가 아닌 방어 조직으로 타국을 공격해선 안 되는데, 방어를 명분으로 공격을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적국의 일본 공격 착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해 사실상 선제공격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