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경 특파원

“2003년, 일본에 사는 한국인들이 모여 시작한 작은 공부 모임 ‘도쿄포럼’이 오늘로 200회를 맞았습니다. 한·일 두 나라 관계가 애증(愛憎)을 넘나든 20년이었지만, 그래도 일본을 제대로 공부하려는 분들의 노력이 양국의 이해를 깊게 하는 데 분명 역할을 했을 것입니다.”

일본 내 한국인들의 월례 일본 공부 모임 ‘도쿄포럼’이 이달로 200회를 맞았다. 23일 오후 5시 도쿄 미나토구 캐피톨호텔도큐 1층 한 연회장에선 도쿄포럼의 200회를 기념하는 특별 강연회가 열렸다. 현재 도쿄포럼의 회장을 맡고 있는 국중호 요코하마시립대 교수는 “한 달에 한 번씩, 20년 동안 공부를 위해 모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감개무량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도쿄포럼은 기업·학계·언론·정부 등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일본 거주 한국인들이 매달 한 차례씩 만나 각자의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고 토론하는 공부 모임이다. 2003년 6월 17일 회원 13명으로 시작돼 매년 30명 내외의 회원 수를 유지하고 있다. 대부분은 도쿄의 한국무역협회 도쿄지부의 작은 강의실에서 모이지만, 최근엔 코로나 여파로 ‘줌(Zoom)’으로도 교류하기 시작했다. 이날도 귀국한 도쿄포럼 전 회원들이 한국에서 줌으로 참석했다. 2016년엔 도쿄포럼 출신자들이 중심이 된 ‘서울 도쿄포럼’도 생겼다.

회원 전원 동의를 얻어 가입을 허가하는 도쿄포럼의 원칙은 되도록 서로 다른 분야에서 활약하는 한국인일 것. 회원들의 분야가 겹치지 않아야 더 다양한 관점에서 일본을 성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LG·CJ·아시아나항공 등 기업 임원, 대학교수, 주일한국대사관·한국은행·한국무역협회 등 다양한 정부 기관 관계자들이 참여한다.

매년 3~4차례씩은 각 분야 전문가를 외부에서 직접 초빙하기도 한다. 일본 국제문제 전문가인 후나바시 요이치 전 아사히신문 주필 등도 연단에 섰다. 이날 200회 특별 강연 역시 한·일 관계 전문가인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가 맡아 ‘한국 신정권의 등장과 한일관계’에 대해 강연했다.

국 교수는 “도쿄포럼의 공부 모임은 화려하고 눈에 띄는 활동은 아니다”라면서도 “당장 눈앞의 효과나 결실을 바라지 않고, 꾸준히 공부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쌓이면 한·일 양국의 교류와 우호 관계에도 분명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