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왼쪽은 43년 만에 북한에서 일본으로 돌아와 김정은 정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가와사키 에이코(76)씨. 오른쪽 사진은 1959년 일본 니가타항에서 재일동포를 태운 북송선이 출항하는 모습. 가와사키씨도 이듬해인 1960년 같은 배를 타고 북으로 향했다.

재일교포 북송(北送) 사업으로 북한으로 건너갔던 탈북자들이 김정은 정권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첫 구두변론이 열릴 전망이다. 소송을 낸지 약 3년만이다.

6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북한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가와사키 에이코(川崎榮子·79)씨 등 원고들은 전날 도쿄도 모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0월 중순 1차 구두변론이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두변론에선 가와사키씨 등 탈북자 원고 5명과 전문가 심문도 이뤄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가와사키씨를 비롯한 탈북민 5명은 지난 2018년 12월 “북한의 ‘지상 낙원’이라는 거짓말에 속아 ‘귀환 사업(북송 사업)’에 참가해 북한에 갔다가 인권을 억압당했다”는 취지로 북한에 총 5억엔(약 50억원)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도쿄지방재판소에 냈다. 북한에서 충분한 식량을 배급받지 못했고 출국도 금지당했다는 것이다.

가와사키씨와 같이 일본에서 이른바 ‘귀환 사업’으로 불린 북송 사업으로 일본에서 북한으로 이주한 사람은 총 9만 3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후 일본으로 돌아온 탈북민도 수백명에 달하지만, 북한 정부를 상대로 소를 제기한 건 가와사키씨 사례가 처음이다.

그간 도쿄지방재판소는 일본의 재판권이 북한이라는 외국 정부에 미칠 수 있는지 여부를 고민해왔다. 국제법이 보장하는 ‘주권면제’ 원칙에 따라, 한 국가의 재판권은 다른 국가에는 영향을 미칠 수 없도록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간 원고 측은 북한은 국제적으로 국가 지위를 인정 받지 못한 미승인 국가인 만큼, 외국에 해당되지 않고 주권면제도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아사히신문은 이 때문에 도쿄지방재판소가 2018년 제소 이후 원고 측과 총 6차례에 걸쳐 협의를 진행하다 첫 구두변론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일본과 국교가 없어 대사관 등 정부를 공식 대표하는 기관도 일본에 없다. 이 때문에 도쿄지방법원은 소장 등 관련 서류를 보낼 곳을 특정하지 못해, 공시 송달 역시 법원 게시판에 관련 서류를 게시해두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