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개막을 50여 일 앞두고 반대 여론이 고조되는 가운데 일본이 올림픽을 취소할 경우 계약상 막대한 배상 책임을 질 가능성이 크다는 보도가 나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8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도쿄도·일본올림픽위원회·대회조직위원회가 2013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체결한 ‘개최도시계약’ 문서를 확인한 결과, “불평등 조약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조항이 많다”고 보도했다.

신문이 지적한 대표적인 불평등 조항은 올림픽 취소 권한이 IOC에만 있다는 점이다. 계약상 IOC는 ‘참가자 안전이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대단히 위협받는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는 경우’에 한해 올림픽을 취소할 권한이 있고, 이 경우 일본은 어떠한 형태의 보상·손해배상 등을 청구할 권리를 포기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반대로 일본이 취소를 요청하면, 일본이 IOC와 중계권을 산 방송국 등에 보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은 계약 조항은 이번 도쿄올림픽에 국한된 게 아니라 그 이전 대회 때도 계속 적용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스포츠 대회 계약에 정통한 변호사 마쓰모토 다이스케 와세다대 교수는 “(일본이 먼저 취소를 요청할 경우) IOC가 일본 측에 손해배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쩔 수 없는 이유로 이벤트 개최가 불가능한 경우 계약 쌍방에 대한 면책 조항을 넣는 게 국제 스포츠 세계에서도 일반적”이라며 “올림픽과 같은 계약 형태는 대단히 이례적”이라고 했다.

이례적 계약이 그간 유지될 수 있었던 건 IOC가 올림픽 유치국을 결정하는 갑(甲)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계약 내용은 거대 스포츠 이벤트의 일그러진 구조를 보여준다”면서 “거액 배상 책임이 있다 하더라도 개최 여부를 판단할 근거는 ‘안전하게 대회를 운영할 수 있는가’이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