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12일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도중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오른쪽)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1일 미 국방부는 지난해 이 행사에 참석했던 국방부 고위 관리가 '아바나 증후군'과 유사한 증상을 보였다고 밝혔다./AP 연합뉴스

지난해 7월 리투아니아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에 참석한 미국 국방부 고위관리가 ‘아바나 증후군(Havana syndrome)’으로 의심되는 증상을 보여 미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사브리나 싱 미 국방부 대변인은 1일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국방부 인사가 ‘아바나 증후군’과 유사한 증상을 보였다”고 밝혔다. 해당 인사는 미 국방부 장관 대표단과는 별도로 회의에 참석했다고 한다.

아바나 증후군은 해외 파견 미 외교관·정보 당국자들이 겪은 것으로 알려진 원인 불명 어지러움·메슥거림·이명·구토 같은 증세를 말한다. 공식 문서 등에서는 ‘이상 건강 사건(AHI·anomalous health incidents)’으로 칭한다. 2016년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근무 중이던 미국 외교관들에서 나타나 이런 이름이 붙었다. 앞서 미국과 쿠바는 피델 카스트로 공산 정권 집권으로 단절됐던 국교를 53년 만에 정상화하면서 2015년 쿠바 주재 미 대사관이 재개설됐다. 이 때문에 쿠바와 우호적인 러시아가 배후에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아바나 증후군’이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쿠바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 파견된 미 외교관들이 비슷한 사례를 겪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 중에는 중국이나 러시아 등 이른바 적성국뿐 아니라 유럽과 남미 등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는 사례도 보고됐다.

2022년 미 외교협회가 “미국 외교관들의 사기를 극도로 손상했고, 채용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할 정도로 아바나 증후군의 파급력은 작지 않았다. 미 정보 당국은 적국의 비밀 공작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벌여왔다. 그러나 그런 증상만을 유발할 수 있는 무기가 알려진 바 없고, 공격의 뚜렷한 물증을 찾지 못하면서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정신적 반응이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지난해 3월 미국 정보기관 7곳이 합동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6곳이 “외국의 개입 가능성이 거의 없거나 매우 낮다”고 했다.

그럼에도 ‘러시아 소행’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미 CBS방송은 지난달 31일 최근 온라인 매체, 독일 시사 주간지 등과 공동으로 진행한 탐사 보도에서 “러시아 군 정보기관인 총정찰국(GRU) 산하 특수 부대가 개발한 음파 무기가 아바나 증후군을 야기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이에 1일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아바나 증후군은 과장되었으며, 언론의 근거 없는 비난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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