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비공개 파티에서 TV진행자 나스티야 이블레바(왼쪽)와 가수 필립 키르코로프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_AGENTGIRL_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러시아의 한 클럽에서 유명인들의 ‘반나체 파티’가 열렸다. 러시아 권력층이 해외여행을 즐기는 등 전쟁과 상관없이 호화로운 삶을 이어간다는 건 알려진 일이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러시아 시민들은 물론 정치권까지 파티 참석자들을 향해 분노를 쏟아냈다. BBC는 “이건 파티 게이트”라며 “현재 러시아의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고 평했다.

28일(현지시각) BBC에 따르면, 지난 20일 TV 진행자이자 인플루언서인 나스티야 이블레바는 모스크바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반나체 파티’를 열었다. 파티의 드레스코드는 말 그대로 ‘안 입는 것’이었다. 연예인들과 유명인들은 헐벗은 채로 파티를 즐겼다. 비공개 파티였지만, 소셜미디어에 당시 동영상과 사진 등이 올라오며 논란이 됐다.

러시아 래퍼 바치오도 참석자 중 하나였다. 그는 오직 양말만 신고 나타나 ‘러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양말’로 불리게 됐다. 물론, 좋은 의미는 아니었다.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지하는 네티즌부터 활동가, 국회의원들은 러시아 군인들이 목숨 걸고 싸우는 상황에서 유명인들이 이런 파티를 벌인 것에 분노했다. 바치오는 ‘동성애 선전’ 혐의로 체포되어 15일간 수감됐고, 비전통적인 성관계를 조장했다는 이유로 20만 루블(약 289만원)의 벌금을 물었다.

파티 주최자 나스티아 이블레바와 참석자들. /@_agentgirl_

파티를 주최한 나스티야 이블레바 역시 천문학적 금액의 소송을 당할 위기에 직면했다. 이블레바가 크렘린이 주도하는 ‘특별군사작전’ 참가자들에게 10억 루블(약 144억원)을 지불하라는 집단 소송에 20명 이상이 서명했다. 다른 참석자들도 콘서트 일정 취소, 광고 계약 해지, 방송 프로그램 통편집 등 활동 제약을 겪고 있다.

참석자들은 하나둘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과문을 올렸다. 이블레바는 “러시아가 용서를 아는 나라라면, 두 번째 기회를 달라”며 “만약 이에 대한 답이 ‘아니오’라면 대중의 처벌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했다. 러시아 인기가수 필립 키르코로프는 “실수를 인정한다”며 “하지만 이 같은 일로 내가 예술가이자 시민으로 존재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인 러시아에서 내 경력을 쌓을 수 없는 건 절대로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팝스타 디마 빌란은 “나는 터틀넥에 커다란 트렌치코트와 바지를 입고 있었다”며 “다른 참가자들이 무엇을 입고 올지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파티가 열린 나이트클럽의 모습. /로이터 뉴스1

BBC는 “며칠간 일어난 일련의 사건은 파티에 참석한 셀럽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전쟁이 일어난 후 러시아에 남아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가기로 결정한 친(親)푸틴 세력이었기 때문이다. 대중의 비판은 그동안 러시아를 떠난 반전(反戰) 인사들에게만 쏟아졌었다.

이번 일로 현 정권을 지지한다는 게 ‘무적의 방어막’이 될 수 없는 러시아의 달라진 분위기가 드러났다고 BBC는 짚었다. 러시아의 정치 체제가 자신들이 처한 국내외적 문제들의 원인으로 탓할 희생양이 더 많이 필요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금까지는 우크라이나와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이 그 희생양이었으나 이제는 몇몇 러시아의 유명 인사들도 그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에서 망명한 야권 운동가 막심 카츠는 소셜미디어에 “과거에는 이번 파티 참석자들과 같은 사람들에 대해 ‘국가에 충성하는 한 원하는 건 뭐든 해도 된다’는 식의 사회적 합의가 있었다”며 “그러나 이제 (러시아인의) 삶은 파티가 아니다. 전쟁 중인 나라에선 경솔하게 파티를 즐길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오랜만에 모든 이들에게 평등하게 규칙이 적용된 사례”라고 했다.

[조선일보와 미디어DX가 공동 개발한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아 작성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