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치즈, 빵 등으로 구성된 '걸 디너'. /틱톡

접시 하나에 치즈, 바게트, 소시지, 방울토마토...

얼핏 와인 안주처럼 느껴지는 이 메뉴는 미국에서 유행하는 ‘걸 디너’(girl dinner)다. 별다른 조리가 필요 없는 재료들을 한데 모아 먹는 것으로, 식사 준비 시간이 짧고 설거지가 간단하다는 등의 장점이 있다. 지난 여름쯤부터 여성들이 틱톡 등 소셜미디어에 영상을 찍어 올리면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11일(현지 시각) 틱톡에 ‘girl dinner’를 검색하면 관련 영상 여러 개가 나온다. 대부분 한 접시에 치즈나 바게트, 땅콩, 과일 등을 담아 먹는 식이다. 아예 접시도 사용하지 않은 채 얇게 썬 브리치즈에 햄과 오이 등을 싸 먹는 경우도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 같은 유행은 지난 5월 인플루언서 올리비아 마허(28)가 중세 농민의 식단에서 영감을 받아 포도, 치즈, 크래커로 구성된 간단한 저녁 식사 영상에 ‘걸 디너’라는 이름을 붙여 틱톡에 공유하면서 시작됐다. 마허는 “친구와 산책하던 중 빵과 치즈의 ‘완전성’에 대해 이야기하다 ‘걸 디너’라는 개념이 떠올랐다”며 “남자친구가 없을 때 이런 식으로 먹기에 ‘걸 디너’라고 이름을 붙였다. 기본적으로 단백질과 채소, 탄수화물로 조합한다”고 했다.

마허가 처음 올린 15초짜리 ‘걸 디너’ 영상은 한달도 채 지나지 않아 조회수가 100만회를 넘겼고, 이후 다른 여성들도 비슷한 영상을 촬영해 업로드하기 시작하면서 일종의 ‘트렌드’가 됐다. ‘girl dinner’ 해시태그는 틱톡에서 2억1500만회 이상 조회됐다.

과일과 빵, 치즈 등으로 구성된 '걸 디너'. /틱톡

‘걸 디너’ 식단을 해 본 여성들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영양학적으로 균형 있으면서도 간단하게 저녁을 해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런던의 음식 콘텐츠 크리에이터 알라나 래버티(28)는 “여름에는 특히 완전한 식사를 준비하는 것이 지치는데, 신선한 빵 한덩이에 메인 치즈 하나를 골라 접시에 담아 놓으면 저녁이 해결된다”며 “이보다 더 공감되는 트렌드는 없었다”고 했다.

NYT는 “‘걸 디너’는 요리와 설거지의 불편함에서 벗어나려는 여성들의 의식적인 선택”이라며 “또한 편리하게 냉장고 털이를 할 수 있는 답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유행이 과도한 소식이나 섭식 장애를 유발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한다. 이런 간단한 재료들만으로는 결코 인간이 필요로 하는 영양소를 충분히 채울 수 없다는 주장이다.

다만 “어떤 음식이든 지나치게 소식하거나 폭식하면 안 좋다”며 이는 비단 ‘걸 디너’에 해당하는 지적은 아니라는 반박이 나온다. 오리건주에서 영양사로 일하는 캐서린 코포에드는 “식사가 꼭 특정한 기준을 충족해야할 필요는 없다”며 “오히려 일반적인 음식을 과식하고 폭식하는 등의 식습관에 더 많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CNN 역시 ‘건강’ 섹션에서 ‘걸 디너’를 소개하며 “틱톡을 사용하는 젊은 여성들 사이에 대중화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식사”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