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11일(현지 시각)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대화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는 가운데 최근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으로 ‘두 전쟁’ 사태가 현실이 됐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전쟁의 향배와 함께 지구촌의 관심은 전 세계 군사 대국들의 내년 선거에 쏠리고 있다. 1년 8개월 가까이 전쟁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가 내년에 대통령 선거를 치르고, 한때 ‘세계의 경찰’을 자임하던 군사력 세계 1위 미국의 대선도 같은 해 열린다. 미국·러시아·중국과 함께 세계 4대 군사 대국으로 꼽히는 인도 총선도 내년이다. 군사 대국들의 내년 선거 결과가 두 전쟁의 판도를 포함해 국제 정세 전반을 판가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함께 서방 동맹의 한 축인 유럽연합에서도 내년에 의장 선거가 예정돼 있다.

왼쪽은 2017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 만난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 오른쪽은 지난달 17일(현지 시각) 이탈리아에서 만난 마테오 살비니(왼쪽) 이탈리아 부총리와 마린 르펜 프랑스 국민연합(RN) 전 대표./그래픽=김현국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최근 “2024년 미국과 인도 등 여러 나라와 유럽연합 등이 중요한 투표를 치른다”며 “선거 결과에 따라 국제 정치 구도가 재편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국제사회 관심이 가장 집중된 선거는 내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다. 민주당 유력 주자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이스라엘에 대한 견고한 동맹을 강조하는 반면, 공화당 유력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거나, 평화롭게 끝났을 것”이라며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특히 트럼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함을 과시하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평화 협상을 중재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세계 군사력 2위 러시아도 내년 3월에 대선을 치른다. 푸틴이 아직 출마를 공식 선언하지 않았지만, 재출마와 연임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앞서 푸틴은 2021년 관련 법을 고쳐 자신이 2036년까지 대통령직에 앉을 수 있도록 했다. 전체주의 진영의 대표적 ‘스트롱맨(권위주의적 지도자)’인 푸틴은 11일 이스라엘·하마스 무력 충돌에 대해 “독립 주권을 가진 팔레스타인이 국가 건설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선거도 내년 3월에 예정돼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10일 한 루마니아 언론 인터뷰에서 ‘연임에 도전할 것이냐’는 질문에 “전쟁 중이라면 도전하겠다. 전쟁이 끝난다면 확실하지 않다”고 했다. 다만 전쟁으로 대선이 무기한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제2의 우크라이나’ 우려가 나오는 옛 소련 국가 몰도바는 내년 하반기 대선을 앞두고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2020년 대선에서 친서방 성향 마이야 산두 대통령이 당선되자, 러시아는 지난 2월 몰도바 내 친러 분리주의 지역인 트란스니스트리아에 대한 몰도바의 국가 주권을 인정하는 2012년 포고령을 철회했다.

인도의 내년 봄 총선도 관심이다. 2014년부터 의원내각제 인도의 총리를 맡고 있는 집권 여당 인도국민당(BJP) 수장 나렌드라 모디는 최근 지지율이 75%에 육박, 3연임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는 중립 노선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을 침공한 하마스를 테러 단체라고 규정하고 이스라엘과 연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세계 군사력 4위 인도는 특유의 중립적 노선으로 미국 등 서방과 중국·러시아의 대결 구도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평가받는다. 다만 최근 캐나다 내 시크교도 살해 사건으로 나토 회원국인 캐나다와 외교 마찰을 빚고 있다. 캐나다는 캐나다 국적의 시크교도 살해 배후로 인도를 지목했다. 중국과는 국경 문제로 오랜 갈등을 겪고 있다.

동남아 군사력 1위(세계 15위)인 인도네시아도 내년 2월에 대선과 총선을 치른다.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는 분쟁의 뿌리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영토 점령이라고 지적하는 등 책임을 이스라엘에 돌린다.

이 밖에 한국은 내년 4월 총선, 일본은 내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가 예정돼 있다. 중국과 양안(兩岸) 갈등 중인 대만도 내년 1월 행정부 수반인 총통 선거를 실시한다. 현재 여론조사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반중(反中) 성향 집권당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연임할 경우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과 함께 서방 동맹을 지탱하는 유럽연합(EU)도 내년 6월 입법부 격인 유럽의회의 의장 선거를 앞두고 있다. 몰타 출신 보수 성향 정치인 로베르타 메촐라가 의장직에 앉아 있는 가운데, 내년 선거에선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와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 대표 출신 마린 르펜이 지난 7월 회담해 “유럽의회에서 최초로 중도 우파 정부를 실현하겠다”고 선포했다. 최근 스페인·독일·프랑스·핀란드 등 유럽 각국에서 극우 정당이 총선에서 약진하는 모습을 보여 이런 전망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다.

한편 멕시코에서는 내년 6월 대선에서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진보 성향 집권당 ‘국가재건운동’과 보수 야당 연합세력은 각각 여성인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소치틀 갈베스를 대선 후보로 지명했다.

-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39

🌎국제퀴즈 풀고 선물도 받으세요!https://www.chosun.com/members-event/?mec=n_quiz

🔴당신이 궁금해 할 일본 이야기, 방구석 도쿄통신 뉴스레터 구독하기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