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플로리다주 이슬라모라다 해안에서 산호가 하얗게 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NOAA 제공

세계가 폭염과 폭우 등 이상기후로 사투하고 있는 가운데, 바닷물 온도 또한 이례적으로 높아지며 기후 위기를 한층 더 가속화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5일(현지 시각) AFP통신은 스페인 해양과학연구소가 유럽연합(EU) 기후 모니터링 서비스인 코페르니쿠스의 위성 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지난 24일 지중해의 해수면 온도가 관측 역대 최고치인 28.71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03년 8월 23일의 28.25도 기록을 20년 만에 넘어선 것이다.

미국 플로리다주에서도 남부 바다의 수온이 이틀 연속 38도를 넘어서는 기(奇)현상이 관측됐다.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 산하 국립 데이터 부표 센터(NDBC)는 24일 마이애미에서 남쪽으로 약 64㎞ 떨어진 매너티 베이의 수심 1.5m 부표에서 측정된 수온이 화씨 101.1도(섭씨 38.4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기상학자 제프 매스터스(Jeff Masters)는 “욕조의 온수 온도에 해당하는, (비공식적으로) 세계 기록이 될 만한 뜨거운 해수 온도”라며 “얕은 수심에서 측정해 온도가 높게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래픽=김현국

해수 온도 상승 원인으로는 지구온난화와 더불어 4년 만에 발생한 ‘엘니뇨’가 꼽힌다. 엘니뇨는 동태평양 적도 부근의 수온이 평년보다 1.5도 이상 높아지는 현상으로, 기상학자들은 올해 ‘수퍼엘니뇨’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급격한 해수 온도의 상승이 해양 생물 다양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글로벌바이올로지 저널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15년과 2019년 사이 폭염으로 지중해에 서식하는 해양생물 약 50종이 멸종됐다. 미국의 비영리단체 산호복원재단은 지난 21일 “기록적인 폭염이 플로리다의 산호 폐사를 촉발하고 있다”며 “치솟은 수온에 플로리다 키 국립 해양보호구역의 산호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