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소방본부는 21일 오후 7시50분 기준 인천 지역에서 테러 의심 국제우편물 관련 총 33건 신고를 접수하고 대응하고 있다. 사진은 인천 지역 곳곳에서 발견된 테러 의심 우편물/뉴스1

당국이 21일 전국에서 발견된 대만발 우편물에 독극물이 포함됐는지 수사 중인 가운데 해당 우편물들이 이른바 ‘브러싱 스캠(brushing scam)’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브러싱 스캠은 온라인 쇼핑몰의 평점을 조작하기 위해 주문하지도 않은 물건을 익명의 다수에게 발송하는 사기 수법이다. ‘브러싱’은 (먼지 등을) 쓸어버린다, ‘스캠’은 사기란 뜻이다.

‘아마존’ ‘알리바바’ 등 대형 온라인 쇼핑몰이 많은 해외에서는 브러싱 스캠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2020년 7월 중국 쑤저우 등의 주소로 미국 켄터키, 버지니아, 유타 등 9주 1000여 가구에 정체불명의 씨앗 소포가 배달됐다. 씨앗 소포는 캐나다에도 대량 발송됐다. 소포 겉면에는 ‘보석’ 혹은 ‘장난감’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내용물을 분석해보니 나팔꽃, 히비스커스, 장미 등 16종의 작물 씨앗이었다. 중국 정부는 “중국 우체국에 확인한 결과 (주소 등) 봉투의 정보는 위조된 것”이라고 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등 당국은 “브러싱 스캠일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내용물에 대한 정밀 검사 결과 유해 성분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미 전역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 쇼핑몰 아마존은 씨앗 거래를 전면 차단하기도 했다.

브러싱 스캠은 주문하지 않은 물건을 무작위로 발송해 기록을 만든 뒤, 구매자를 가장해 우호적인 댓글을 올리거나 온라인 판매 실적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내용물이 없는 빈 봉투를 배달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 온라인상에 유출된 주소 등 개인 정보가 활용된다고 알려졌다.

해외 브러싱 스캠 과정에서 소포가 국내로 들어오는 사례도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대만발 정체불명의 소포가 제주도 서귀포시의 한 건물로 배송됐다. 경찰은 소포에서 마약류 의심 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점과 우편물 내부에 완충재 외에 아무것도 없는 점 등을 토대로 브러싱 스캠으로 추정했다. 21일 대전에서 발견된 우편물 중 일부는 2020년 미국, 캐나다에 발송된 씨앗 소포와 동일한 발송지 주소가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히 일상에서 우편을 많이 이용하는 미국은 ‘우편물 테러’가 종종 발생한다. 2001년 9·11 테러 직후 우편물을 통한 탄저균 테러로 22명이 감염되고 5명이 사망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플로리다 등에 중국 주소가 적힌 마스크가 배달돼 또다시 비상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