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일본 교토에서 진행 중인 기온 마츠리 축제에서 인파가 거리를 가득 채우고 있다. 최근 일본은 엔저 효과 등으로 해외로부터 관광객이 급증했지만, 동시에 교통난과 길거리 쓰레기 등 ‘관광 공해’가 불거지면서 일부 주민은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AFP 연합뉴스

일본 관광청은 올 상반기(1~6월) 일본을 찾은 해외 관광객이 1071만2000명으로 4년 만에 1000만명을 넘어섰다고 지난 19일 발표했다. 일본 항공사 전일본공수(ANA) 국제선 편수도 이달 코로나 이전의 70%까지 회복했다.

지난 5월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 비상사태 해제 이후 첫 여름휴가철을 맞아 아시아 인기 관광지인 일본에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소비 회복엔 청신호지만 한편으론 숙박·교통 분야 인력난과 일부 관광객의 쓰레기 투기 문제로 인한 불만도 커지는 상황이다. 아사히는 20일 “코로나 기간 일본 애니메이션 등을 즐긴 이들이 관련된 명소로 몰리는 가운데 관광지 인력은 부족한 상황”이라며 “‘오버투어리즘(관광 공해)’ 또한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라고 전했다. 최근의 엔저(低) 현상도 일본에 유난히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원인 중 하나다.

일본 시장조사 업체 제국데이터뱅크에 따르면, 일본 내 여관·호텔 등 숙박 업체 75%는 정규직 직원이 부족한 상태다. 코로나 때 예약이 줄어 직장을 떠나야 했던 숙박 업계 종사자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부 숙박 업체는 가격을 올리기 시작했다. 팬데믹 기간 객실 가동률이 15%로 떨어져 1박당 객실 평균 숙박료를 1만5000엔(약 13만7000원)으로 낮췄던 도쿄 아사쿠사의 호텔 미마루스위트는 최근 예약이 늘자 가격을 3만2000엔(약 29만1000원)으로 올렸다. 관광 특수와 인력난이 겹친 탓이다. 숙박 시장 조사 업체 STR은 “인력난 등 내부 요인에 의해 업계 대다수가 객실 단가를 일제히 올리는 중”이라고 했다.

주요 관광지의 교통망은 마비 직전이다. 일본의 택시 가동률은 코로나 이전까지는 80% 안팎을 유지했지만, 현재 60%대로 내려간 상태다. 코로나 때 택배 등 다른 업종으로 전환한 이들의 빈자리가 채워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중교통이 끊긴 늦은 밤이면 관광지 곳곳에서 ‘이동 난민’이 속출하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현지인이라면 도보나 자전거로 이동할 수 있지만, 현지 지리에 밝지 않은 관광객들은 숙소로 돌아가지 못하고 거리에서 배회해야 하는 일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시코쿠방송은 “인파가 몰리는 금요일마다 도쿠시마현 번화가에서 택시를 타려면 최소 1시간을 기다리고, 밤 11시 이후엔 보이는 택시조차 없다”고 보도했다. 대표적인 관광지 교토와 온천으로 유명한 오이타 등 다른 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대중교통인 버스 사정도 마찬가지다. 교토의 유명 불교 사찰 긴카쿠지(은각사) 인근에 산다는 한 40대 여성은 아사히신문에 “교토역 인근 버스 승강장에 관광객이 100명 이상 몰려 있다”며 “대부분 큼직한 짐까지 싸들고 있어 (현지인이) 버스 타기가 힘들어졌다”고 했다.

거리 흡연과 쓰레기 투기 등 공해 문제도 심각하다. 교토에선 관광객이 버린 음식 등 쓰레기가 늘어나 자영업자들이 자진해 줍는 것으로는 역부족인 상태라고 한다. 국회·최고재판소·수상관저 등이 몰린 도쿄 지요다구는 길거리 흡연 단속 인력을 대폭 늘렸다.

주요 관광지들의 오버투어리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국내 여행객들의 발길은 끊길 수밖에 없고, 해당 도시는 ‘외국인 전용’이 돼 일본 특유의 색깔을 잃게 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카하시 이치로 관광청 장관은 최근 “여행객들을 대도시 인근 지방 도시로 유인하거나, 여행을 평일로 분산시키는 대책을 짜겠다”고 했다.

코로나 비상사태 해제 이후 ‘보복 관광’이 초래한 오버투어리즘은 다른 유명 관광지에서도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하와이는 최근 인력·교통·쓰레기난이 심각해져 하와이주 의원들이 ‘당분간 해외 관광객을 늘리지 말자’는 취지로 관광지 홍보 업무를 담당하는 관광청 해산까지 검토하고 있다. 필리핀 휴양 섬 보라카이도 올여름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해양 쓰레기 등 생태계가 오염될 우려가 나온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유럽에선 이탈리아 피렌체 정부가 지난달 에어비앤비 등 숙박 공유업의 신규 등록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프랑스 브르타뉴 브헤아섬은 무단 투기 쓰레기를 해결하려 이달 일일 방문객 수를 4700명으로 제한했고, 마르세유 칼랑크 국립공원도 예약제를 통해 일일 방문객을 400명으로 줄이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