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정상회의 개막을 하루 앞둔 10일(현지 시각) 레제프 타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왼쪽)이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오른쪽)와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튀르키예는 그동안 반대해오던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동의한다는 뜻을 이날 밝혔다. /AFP 연합뉴스

튀르키예가 스웨덴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입에 동의한다고 밝힘으로써 스웨덴이 핀란드에 이어 나토의 32번째 회원국으로 합류할 예정이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모두 군사적 중립국을 표방해 왔으나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역의 안보 위험이 커지자 나토 가입을 추진했다. 튀르키예는 그동안 반(反)터키 무장단체의 활동을 용인한다며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반대해오다가, 11일 나토 정상회의 개막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입장을 바꿨다. 나토 정상회의는 11~12일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열린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빌뉴스 나토 정상회의 개막을 하루 앞둔 10일 밤(현지 시각) “튀르키예가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동의했다. 스웨덴의 나토 가입 절차를 최대한 신속히 진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뉴욕타임스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직전까지도 ‘튀르키예가 유럽연합(EU)에 가입할 수 있어야만 스웨덴의 나토 합류에 동의하겠다’며 유보적이었는데 갑자기 입장을 바꿨다”고 전했다.

그간 튀르키예는 쿠르드노동자당(PKK) 등 튀르키예와 인근 지역서 활동하는 무장단체를 옹호한다는 이유로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반대해 왔다. PKK는 튀르키예로부터 쿠르드족의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이 문제와 관련해 스웨덴과 튀르키예 사이에 해결의 실마리가 잡힌 것으로 보인다. 튀르키예와 스웨덴은 테러 대응을 위한 장관급 연례 협의 등을 골자로 한 새로운 양자 안보 협정도 체결하기로 했다. 튀르키예가 요구해온 스웨덴 내 반(反)튀르키예 단체인 PKK 등에 대한 대응 강화 방안이 중점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나토 역시 공동 테러 대응 조직을 신설하기로 했다. 스웨덴의 가입 절차를 마무리하는 대로 ‘대테러 특별조정관’ 직책을 신설해 양국 간 협력을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스웨덴은 튀르키예의 EU 가입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나토 측은 전했다.

합의안 내용이 대부분 튀르키예가 요구하던 사안이라는 점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른바 ‘실익 외교’ 전략이 이번에도 통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이것(스웨덴의 나토 가입)은 모두를 위해, 그리고 스웨덴을 위해 좋은 일”이라며 “나토가 더 강해짐으로써 튀르키예에 좋은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나토 회원국 중 아직 스웨덴 가입에 동의하지 않은 나라는 헝가리 뿐이다. 하지만 헝가리는 그동안 “튀르키예가 동의할 경우 따르겠다”고 밝혀왔기 때문에 스웨덴 가입을 막는 장애는 사실상 이날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