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 반란을 일으킨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4일(현지시각) 점령 중이던 러시아 남부 도시 로스토프나도누에서 철수하면서 주민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무장 반란이 모스크바를 코앞에 두고 중단됐다. 바그너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러시아를 떠나 벨라루스로 가기로 했지만, 그곳에서도 그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25일(현지시각) AP통신은 “프리고진과 바그너 부대의 ‘수도 행진’이 중단되면서 그들의 운명도 불확실해졌다”고 보도했다.

크렘린궁과 바그너 그룹은 벨라루스 정부 중재 하에 합의를 맺었다. 이에 따라 프리고진은 러시아를 떠나 벨라루스로 갈 것으로 추측된다.

벨라루스는 러시아의 동맹국으로, 러시아의 전술 핵무기를 자국에 배치하도록 허용하는 등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1994년부터 현재까지 집권해오고 있다.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라고도 불리는 그는 프리고진과도 20여년 간 알고지낸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가디언은 “유혈사태를 피했지만 푸틴과 프리고진의 불화는 끝나지 않았다”고 봤다. 매체는 “겉으로 보기엔 (그들이 합의한) 거래가 우스워 보인다”며 “푸틴에게는 프리고진을 살해하거나 감옥에 가두는 것이 훨씬 더 간단했을 텐데 왜 그가 이웃 국가에 남아있도록 허용했을까”라고 짚었다. 이어 “그가 국민들의 억눌린 분노를 일부 분출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것”이라고 했다.

알리시아 컨스 영국 하원 외교위원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생존을 위해 숙청을 감행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컨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단순히 푸틴과 프리고진 사이의 권력 다툼이 아니다. 국가의 전반적인 안정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것”이라고 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도 프리고진의 목숨이 안전하지 않다면서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내에서도 배신자들을 찾아낼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프리고진의 거취에 대해 망명 중인 벨라루스 야권 지도자 스뱌틀라나 치하노우스카야는 AP통신에 “루카셴코가 프리고진을 어떻게 할지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시 한 번 벨라루스를 다른 사람들의 게임과 전쟁의 인질로 만들었다”며 “그는 결코 평화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폴란드로 망명한 벨라루스의 정치분석가 아르템 슈라이브만도 “프리고진이 벨라루스로 간다는 것이 그곳에 계속 머무른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벨라루스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한편 프리고진은 지난 24일 점령 중이던 러시아 남부 도시 로스토프나도누에서 목격됐다. 그는 검은색 대형 승합차에 탑승한 채 자신에게 환호를 보내는 주민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이후 그의 모습은 포착되지 않았으며, 벨라루스에 도착했다는 소식도 전해지지 않았다고 외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