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남부 드니프로강을 가로지르는 카호프카댐이 러시아군에 의해 폭파됐다고 6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군이 밝혔다. /트위터

러시아군 점령지인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州)의 카호프카댐이 러시아군에 의해 폭파됐다고 6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군이 밝혔다.

CNN,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우크라이나군 남부 사령부는 페이스북에 “헤르손 지역의 카호프카댐이 러시아 점령군에 의해 폭파됐다. 파괴 규모, (방류된) 물의 양과 유속, 침수 가능성이 있는 지역 등이 점차 명확해지고 있다”고 적었다.

소셜 미디어에 게시된 영상에서는 파괴된 댐 벽과 빠르게 움직이는 급류가 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모습이 담겼다.

6일 러시아군에 의해 폭파된 것으로 알려진 우크라이나 남부 드니프로강을 가로지르는 카호프카댐/트위터

러시아 국영 매체들은 이날 엇갈린 보도를 내놓았다. 타스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밤 댐을 상대로 한 공습은 없었다며 우크라이나 측의 주장을 일축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임명한 블라디미르 레온티예프 카호프카 시장은 리아노보스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카호프카댐의 일부가 포격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레온티예프 시장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카호프카 댐이 완전히 무너졌으며, 수력 발전소가 파괴된 후 수위가 2.5m 상승했고 관련 인력이 현장으로 출동했다고 밝혔다.

카호프카댐은 우크라이나 남동부를 가로지르는 주요 수로인 드니프로 강에 있는 중요한 기반 시설로, 우크라이나 남동부와 크림 반도에 식용수와 농업용수를 공급할 뿐만 아니라 유럽 최대 원전인 자포리자 원전에 냉각수를 공급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남부 사령부의 대변인은 “댐 파괴가 원자력 발전소 운영에 확실히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지만, 지금 상황을 확대 해석해 결론을 내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자포리자 발전소에 즉각적인 핵 안전 위험은 없으며 전문가들이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인 헤르손에 위치한 카호프카 댐. /로이터 뉴스1

인근에는 러시아 침공 전 인구가 약 30만명에 달했던 도시 헤르손을 포함해 여러 도시가 있다. 리아노보스티 보도에 따르면 카호프카댐으로부터 인근 마을까지 거리는 5㎞ 거리에 불과하다. 카호프카댐이 파괴될 경우 수천명에 달하는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댐 파괴로 마을 80곳이 피해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우크라이나 헤르손 주정부는 “5시간 내에 심각한 수위까지 물이 차오를 수 있다”며 카호프카댐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상대로 대피를 강력 권고했다. 우크라이나 내무부는 경찰과 비상대원들이 홍수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에 민간인을 대피시키기 위해 경계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텔레그램에 성명을 통해 “카호프카 댐의 파괴는 러시아인들이 우크라이나 땅의 모든 구석에서 추방되어야 한다는 것을 확인 시켜 주었다”며 “우크라이나의 승리만이 안보를 되찾아올 수 있다. 테러리스트들은 미사일 또는 다른 어떤 것으로도 우크라이나를 멈출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카호프카 댐 파괴 이후 국가안보 및 국방위원회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