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일 키신저 전 장관이 워싱턴DC 미국 국무부 점심 만찬에 참석한 모습. /AFP 연합뉴스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이 중국의 세력 확장에 맞서 일본이 대량 살상 무기를 자체 개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키신저는 26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동북아시아 정세와 관련해 “중국은 세계 지배가 아닌 안보를 추구하지만, 아시아에서는 지배 세력이 되기를 원하고 있으며, 일본이 이에 대응해 대량 살상 무기를 자체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는 데는 짧게는 3년, 길게는 7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지난 17일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도 미·중 갈등이 5~10년 안에 3차 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는데, 이번엔 일본의 살상 무기 개발이라는 구체적인 사례까지 들며 긴장 고조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키신저 전 장관은 격화하고 있는 중국과 대만의 양안 갈등과 관련해서는 “풀 수 없는 문제이며, 시간만이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의 입장을 수년간 유지하면서 상호 간 위협을 가하지 않는 등 방식을 가능한 사례로 들었다.

미국과 중국의 ‘공존’을 강조해온 키신저 전 장관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접근 방식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중국을 적대국으로 선언하고 중국에 양보를 강요하는 방식을 썼다”면서 “양측 합의가 이뤄질 수 있는 상호 관심사부터 시작해 중국과의 관계를 만들어가는 게 (외교의) 기술”이라고 조언했다. .

키신저 전 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유럽 동맹국들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을 막았다는 점에서 (서방 진영이) 승리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2014년부터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림 반도를 러시아에 넘겨주되, 이를 제외한 모든 우크라이나 영토를 반환하는 것을 종전 조건으로 제시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우크라이나의 것이었던 적이 없는 크림 반도의 상실은 러시아 입장에서 국가의 결속력을 위험에 빠트릴 정도의 타격이 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의 세계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우크라이나는 종전 조건으로 크림반도를 포함해 러시아가 점령한 모든 지역의 무조건 반환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