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열린 아시리더십콘퍼런스(ALC) ‘새 한일 관계를 위한 신기반 구축’ 세션에서 한국과 일본의 패널들은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다나카상 열풍’이 불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고 했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이후 줄곧 ‘관(官)’이 주도해 온 양국 관계는 한일 정치 지형이 바뀔 때마다 큰 변곡점에 부딪히곤 했다. 그러나 한일 관계의 ‘불가역적 개선’을 위해선 민간이 주도하는 관계 발전이 필수적이란 것이다.

다케다 간사장, 기미야 교수

이날 세션에는 중의원 7선 다케다 료타 일한의원연맹 간사장,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코미디언 김경욱씨가 패널로 나섰다. 김씨는 최근 한국어가 서툰 ‘일본인 호스트’ 다나카상이라는 캐릭터로 한일 양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다나카상’을 연기한 김씨는 “앞으로도 한일 양국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기미야 교수는 “왜 하필이면 ‘일본의 호스트’였을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사실 한일 관계가 좋은 것만 보여주고 부끄러운 건 가리는 단계는 지났다는 생각이 든다”며 “있는 모습 그대로를 좋아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상징 같다”고 평가했다. 다케다 간사장 역시 “다나카 같은 존재가 양국을 잇는 가교 역할을 더 많이 해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다케다 간사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결단으로 정치적 관계는 전례 없는 수준으로 좋아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부나 친구도 때론 다투지만 계속 대화하면서 서로를 이해한다”며 “정치적 문제가 있어도 서로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새로운 관계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오후에는 ‘복합 대전환기 한일 관계의 새로운 모색’ 세션이 열렸다. 스기야마 신스케 전 외무성 사무차관은 “한일 양국이 인도 태평양 등 좀 더 국제적인 이슈에 협력할 수 있는 관계로 발전해야 한다”고 했다. 니시노 준야 게이오대 교수는 “(윤 대통령의) 남은 (임기) 4년 동안 양국 일반 시민들이 ‘한일 관계가 개선돼 정말 좋았다’고 인식할 수 있도록 신뢰를 쌓는 게 중요하다”고 했고, 신각수 전 주일 대사도 “한일 협력의 결실을 양국 리더가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이 남은 과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