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의 기밀 문서가 유출돼 논란이 이는 가운데 이들 문서가 게이머들이 즐겨 쓰는 온라인 채팅 프랫폼 ‘디스코드’를 통해 처음 유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미국 정부의 국가 기밀 등을 담은 문건이 온라인을 통해 처음 유출된 곳은 인기 게임인 ‘마인크래프트’ 팬들의 채팅방이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된 기밀 문서가 소셜미디어 채널에 게시돼 국방부가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논란의 기밀 문서는 온라인 커뮤니티 ‘디스코드’ 내 ‘마인크래프트’ 이용자방에 처음 올라왔다. 디스코드는 게임 이용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채팅 플랫폼 중 하나다.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채팅방을 개설하고 운영하기 때문에 검열이 느슨하다. NYT에 따르면 디스코드엔 이미 지난 2월 말부터 3월 초에 걸쳐 ‘기밀(Secret)’이나 ‘1급 기밀(Top Secret)’이라는 표시가 찍힌 문제의 문서 이미지가 100건 넘게 게시됐다. 국방부 등은 한 달 가까이 알아차리지도 못했다고 한다. 이 중 일부 이미지가 지난 5일부터 극우 성향의 익명 온라인 게시판인 포첸(4chan)에 유포되기 시작했고, 이후 트위터와 텔레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했다.

본지 확인 결과 유출된 문서 중 상당수는 삭제됐지만 일부는 아직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통되고 있었다. 트위터 규정은 ‘해킹된 문서는 삭제할 수 있다’고 정해두고 있으나 한편으로 ‘이미 언론에 보도된 내용은 예외’라고도 명시해 최근 유출된 문서를 그대로 둘 근거가 존재한다. 아울러 지난해 10월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표현의 자유 수호’를 트위터 운영의 기본 방침으로 삼고 있어, 강제 삭제 조치 등을 적극적으로 취하지는 않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머스크는 유출 문서에 대해 “무언가를 인터넷에서 퍽이나 완전히 지울 수 있겠다”라는 비아냥거리는 트위터 글까지 올렸다.

온라인 소셜미디어를 통해 기밀 문서나 범죄를 부추기는 문서 등이 유통되는 데 대한 문제 제기는 이전부터 있어 왔다. 지난해 5월 미국 뉴욕주 버팔로에서 희생자 10명이 나온 총기 난사 사건 직후엔 범인이 디스코드를 통해 범행의 자세한 계획을 사전에 게시했지만 디스코드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