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 시각) 스코틀랜드의 차기 자치정부 수반으로 내정된 훔자 유사프 보건부 장관이 당선 소감을 밝히고 있다. /로이터

스코틀랜드의 차기 자치정부 수반으로 파키스탄계 이슬람교도인 훔자 유사프(38) 보건부 장관이 내정됐다. 인도계 힌두교도인 리시 수낙 영국 총리, 파키스탄계 무슬림인 사디크 칸 런던 시장에 이어 또 한 명의 남아시아계 이민자 가정 출신 정치인이 영국의 핵심 요직에 오르게 됐다.

스코틀랜드 집권당인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은 27일(현지 시각) 당대표 선거에서 유사프 장관이 당선됐다고 발표했다. 영국은 본토인 그레이트브리튼섬의 잉글랜드·스코틀랜드·웨일스와 아일랜드섬의 북아일랜드, 네 지역으로 이뤄져 있는데 스코틀랜드는 외교·국방을 제외한 대부분 영역에서 자치권을 갖고 있다. 의회 다수당 당수가 자치정부 수반을 맡는다. 유사프 신임 대표는 스코틀랜드 의회 투표와 영국 국왕의 승인을 거쳐 수반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유사프 대표는 영국 최초의 무슬림 정당 대표이자 스코틀랜드 첫 유색인종 수반이 된다. 그의 할아버지는 파키스탄 펀자브 지방 출신으로 재봉틀 공장에서 일하다 1960년대 스코틀랜드로 이민을 왔다. 할머니는 스코틀랜드 최대 도시 글래스고에서 버스 티켓에 도장 찍는 일을 했다. 그는 당선 후 연설에서 “60년 전 펀자브에서 스코틀랜드까지 긴 여정을 떠나온 조부모에게 깊이 감사드린다”면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손자가 언젠가 스코틀랜드 수반이 될 것이라곤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유사프는 글래스고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앨릭스 샐먼드 전 수반의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2011년 26세에 최연소 스코틀랜드 의원이 된 후 2012년부터 교통부·보건부 장관 등을 두루 역임했다.

유사프 대표는 당선 연설에서 스코틀랜드 독립을 계속 추진할 것이며, 유럽연합(EU)으로의 복귀를 원한다고 말했다. SNP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가 스코틀랜드인들의 뜻에 반해 이뤄졌다며 독립 투표를 다시 추진하고 있다. 그는 “수년에 걸쳐 영국 정부와 전투를 벌여왔으며, 앞으로 더 많은 전투가 남아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