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구진이 약 80%의 정확도로 원하는 성별의 배아(胚芽)를 얻는 데 성공했다고 영국 스카이뉴스가 2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배아는 수정란이 세포 분열을 시작해 태아가 되기 전까지의 단계로, 앞으로 ‘자손 성별 선택’을 둘러싼 논란이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신생아가 울음을 터뜨리고 있는 모습./뉴스1

뉴욕 웨일 코넬 의대 지안피에로 팔레르모 교수팀은 이날 과학저널 ‘플로스 원(PLoS ONE)’에서 정자의 성을 선택해 인공수정하는 기술을 이용해 80%의 정확도로 원하는 성별의 배아를 얻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X 염색체 정자가 Y 염색체 정자보다 약간 더 무겁다는 점을 이용해 정자를 선별, 아들을 원하는 부부에게는 Y 염색체 정자로, 딸을 원하는 부부에겐 X 염색체 정자로 인공수정을 했다.

그 결과 딸을 원하는 부부 59쌍은 292회 인공수정 가운데 231회 딸 배아를 얻는 데 성공했고, 아들을 원하는 부부 56쌍은 280회 중 223회 아들 배아를 얻었다. 이후 딸 16명과 아들 13명이 건강하게 태어났다. 팔레르모 교수는 이 기술이 “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매우 안전하다”며 “윤리적으로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가 심각한 윤리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영국 임피리얼 칼리지 런던 남성병학과 학장인 찬나 자야세나 박사는 “연구팀의 기술적 업적은 연구로 인한 심각한 윤리적 문제에 비하면 중요하지 않다”며 “정자 선택은 자손 성별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것으로, 사회에 해를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켄트대 유전자학과 다렌 그리핀 교수도 “(성별 선택은) 우려를 낳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여러 국가에서 성별과 관련된 질환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배아 성별을 선택하는 것은 불법이다. 우리나라도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서 특정 성별을 선택할 목적으로 난자와 정자를 선별 수정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