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 시각) 파이살 빈 파르한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외교장관이 우크라이나의 안드리 예르마크 대통령 비서실장, 드미트로 쿨레바 외교장관(왼쪽부터)과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외교장관이 26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깜짝 방문해 4억1000만달러(약 5400억원) 규모의 지원 계획에 대한 협정을 체결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산유국 협의체인 오펙플러스(OPEC+)를 주도하는 사우디는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이후 석유 정책을 활용해 러시아를 돕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아왔지만, 이번에는 우크라이나에 지원의 손길을 내밀며 강력한 지지를 선언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파이살 빈 파르한 알사우드 사우디 외교장관은 이날 키이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안드리 예르마크 대통령 비서실장, 드미트로 쿨레바 외교장관 등 우크라이나 정부 고위 관계자를 만났다. 파이살 장관은 최근 30년 새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사우디 공무원 중 최고위급으로 꼽힌다. 러시아의 침공 이후 처음으로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아랍 국가 고위 공무원이다. 파이살 장관은 “사우디 정부가 지난해 10월 승인한 4억1000만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우크라이나 정부가 어떻게 사용할지를 이번 합의 내용에 명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사우디는 3억달러 상당의 석유 상품을 우크라이나에 현물로 무상 지원할 방침이다.

미국은 파이살 장관의 키이우 방문을 “중요한 걸음”이라고 평가하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은 “러시아 침공이 1년을 지나는 이 시점에 (파이살 장관의 방문은) 우리나라를 지지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지난해 11월 젤렌스키 대통령이 제안한 평화 구상을 사우디가 지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우디는 지난주 러시아의 철군을 요구하는 유엔 총회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지기도 했다.

앞서 미국은 사우디가 석유 감산 결정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사실상 돕고 있다며 사우디를 강력히 비난해왔다. 사우디는 “(감산 결정은) 세계 석유 시장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것이며, 정치적인 결정이 아니다”라고 반박했지만, 이로 인해 양국 관계가 악화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