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로케이 객실 승무원 유니폼. /에어로케이

국내 저가 항공사 에어로케이항공이 성별 구분을 없앤 ‘젠더리스(Genderless)’ 유니폼으로 외신들의 호평을 받았다.

25일(현지 시각)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젠더리스 유니폼을 도입하는 항공사가 증가하고 있다. ‘여성은 치마’, ‘남성은 바지’라는 성별 고정관념을 깨겠다는 취지다. 매체는 “승무원들의 유니폼은 역사적으로 매우 젠더화돼 왔다”면서도 “다양한 성 정체성에 대한 논의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복장 규정을 변경하는 항공사가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매체는 그 사례로 에어로케이항공을 소개하며 “모든 성별을 위해 제작된 현대적인 이미지의 유니폼”이라고 했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에어로케이항공 승무원은 남녀 모두 짙은 남색 바지를 착용하고 있다. 일부 승무원은 구두 대신 운동화를 신고 있기도 하다. 딱 붙는 셔츠가 아닌, 활동성 좋은 맨투맨 입고 있는 승무원도 보인다. 대체로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듯한 복장이다.

이외에도 미국의 제트블루항공, 아이슬란드의 플레이항공, 영국의 버진애틀랜틱항공 등이 소개됐다. 이들 항공사 모두 여성 객실 승무원에게도 바지를 착용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제트블루는 모든 성 정체성을 포용하겠다는 취지에서 남성에게도 화장을 하고 치마를 입는 것을 허용했다. 제트블루에서 근무하는 승무원 타일러 커리씨는 “예전에는 고개 숙인 채 일만 하던 사람 중 한 명이었는데, 치마 입고 일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이제는 떳떳하게 고개를 들고 공항을 걸어 다닌다”고 했다. 사진 속 커리씨는 붉은 립스틱을 진하게 칠하고 스타킹, 치마를 착용한 채 환하게 웃어 보이고 있다.

에어로케이항공이 도입한 유니폼. /에어로케이

일본 공영방송 NHK 또한 자사의 성 소수자 관련 프로그램 ‘니지쿠로’를 통해 에어로케이를 소개했다. 매체는 “2020년부터 도입한 이 유니폼은 남성용과 여성용의 구별이 없다”며 “이전까지 여성용 유니폼은 겉모습을 중시해 움직이기 불편한 경우가 있었고, 남성용 유니폼도 세련되지 않거나 넥타이가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양쪽 불만을 해결할 수 있는 안정성을 중시한 유니폼이 나온 것”이라고 했다.

앞서 에어로케이는 2020년 국내에서는 최초로 젠더리스 디자인의 유니폼을 도입했다. 여성 승무원의 아름다움을 지나치게 강조하기보다는 기내 안전을 담당하는 승무원 본연의 임무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이에 성별 상관없이 모두 바지를 입도록 했다. 신발도 구두가 아닌 운동화를 신을 수 있게 했다. 당시 네티즌들은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승무원에 맞는 복장이다”, “구두를 신지 않아서 보는 사람도 편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2021년 11월 에어로케이 강병호 대표는 자사 유니폼과 관련해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승무원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승객의 안전’이다. 기존 승무원 복장은 업무를 수행하는 데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직업인만큼 승무원이 ‘회사의 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안전지킴이’라는 걸 강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에어로케이는 신입 객실 승무원 채용에서 외모·학력·나이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은 물론, 타투도 허용하는 등 타 항공사와 다른 채용 요건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