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이 스텔스 전투기 등을 동원해 자국 영토에 진입한 중국의 '정찰 풍선'을 격추하는 모습. /미국 해군연구소 트위터 캡처

미국이 중국 정찰 풍선 격추 이후 추가로 발견해 격추한 미확인 비행체 중 하나가 실제로는 민간인 동호회가 날린 풍선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나왔다.

16일(현지시각) 미 CNN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 북부 일리노이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동호회인 북부일리노이보틀캡풍선단체(Northern Illinois Bottlecap Balloon Brigade·NIBBB)는 앞서 이 단체가 띄웠던 풍선 ‘K9YO’가 11일 오전 12시48분 마지막으로 발견된 뒤 사라졌다고 블로그를 통해 밝혔다.

K9YO 풍선이 사라진 날은 공교롭게도 미국이 캐나다 유콘 상공에서 미확인 비행체를 격추한 날이다.

NIBBB 측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10월 K9YO 풍선을 날렸다. 이 풍선은 일종의 수소 풍선으로 위치정보시스템(GPS)이 달렸다. GPS를 통해 추적된 풍선의 마지막 위치는 미 알래스카주 무인도 하기마이스터섬 인근으로 파악됐다. 당시 높이는 3만9000피트였으며, 예상 궤적에 따르면 유콘 상공을 향하고 있었다.

미국이 격추한 비행체는 당시 유콘 상공 고도 4만피트에서 부유 중이었다.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 공군대령 엘리자베스 마티아스는 “해당 물체에 대해 NORAD에서 줄 수 있는 정보가 없다”며 “연방수사국(FBI)이 그 동호회와 얘기를 나눈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FBI 측은 이와 관련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NIBBB가 날린 풍선으로 추정되는 제품./풍선 전문 온라인쇼핑몰 홈페이지

이달 초 미국 상공에서 중국 정찰 풍선으로 의심되는 비행물체가 발견됐을 당시 미국 현지에서는 일부 동호회나 학교 활동에서 비슷한 형태의 풍선을 날리는 일이 흔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재료도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 등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으며, 약 300달러(약 39만원) 예산을 들여 지상 촬영 기구까지 달 수 있다고 WP는 전했다.

이런 가운데 풍선 애호가 사이트에서는 NIBBB가 지난해 10월 날린 K9YO의 제품명도 파악했다. 이에 따르면 해당 풍선은 32인치 크기로, 온라인 사이트에서 13.33달러(약 1만17000원)에 판매 중이다.

이에 일각에선 10달러대 풍선을 제거하기 위해 미 공군이 F-22 전투기를 동원해 약 40만 달러(5억2000만원)에 달하는 미사일을 쏜 셈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미 국방부는 지난 10일 알래스카, 12일 미시간주 휴런호 상공에서도 미확인 비행체를 격추했다.

지난 4일 중국의 정찰풍선을 격추한 이후 중국의 반발이 커진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6일 백악관 브리핑을 열어 “3개의 물체가 민간 기업이나 오락용, 연구기관, 기상 연구나 다른 과학 연구와 관련된 풍선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며 “만약 어떤 물체가 미국 국민의 안전과 안보에 위협이 된다면 난 격추할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는 얼음 지형과 외진 위치 등으로 인해 유콘 상공에서 격추된 비행체의 잔해를 회수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NIBBB가 날리는 풍선 형태. 사진은 2021년 날린 또 다른 풍선 KD9ORR이다./NIBBB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