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미국이 시행한 첫 핵실험에서 폭발 직후 발생한 버섯 구름. /미국 에너지부

21세기 핵전쟁이 발발했을 경우 생존 가능성이 가장 큰 국가는 어디일까. 대재앙에도 자급자족으로 인류 문명의 재건을 도울 수 있는 나라는 호주와 뉴질랜드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9일(현지 시각)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뉴질랜드 오타고대 연구진은 핵전쟁·거대 화산 폭발·소행성 충돌 등으로 갑자기 햇빛이 줄어드는 대재앙이 닥쳐도 살아남을 것으로 보이는 국가들을 분석해 학술지 ‘리스크애널리시스’에 게재했다.

연구진은 섬나라 38곳을 대상으로 식량 생산, 에너지자급도, 제조업 현황, 기후 등 총 13가지 요소를 평가했다. 그 결과 호주와 뉴질랜드가 대재앙 시 살아남을 수 있는 국가 1위를 차지했다. 아이슬란드, 솔로몬제도, 바누아투 등도 뒤를 이었다. 연구진은 이들 국가가 농업 생산이 활발해 핵전쟁 발발 시 식량난을 덜 겪을 것으로 봤다. 또 국가 위치상 방사능으로 인한 영향도 가장 적게 받을 것으로 평가했다.

특히 호주는 사회기반시설과 에너지 자원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점, 의료 및 국방 예산이 충분한 점 등이 강점으로 꼽혔다. 다만 영국·미국과 군사적으로 밀접한 관계이기 때문에 핵전쟁 시 덩달아 적국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우려했다.

뉴질랜드는 장기간 비핵화 상태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동맹국으로 인한 피해를 당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햇빛이 차단돼 갑자기 지구 온도가 떨어질 경우에도 사방을 둘러싼 대양이 갑작스러운 기온 저하를 막는 완충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군사 안보 부분에서 약세를 보여 전쟁 등에서 공격받을 경우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이 다소 부족하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한편 대재난 시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로는 중국과 러시아, 미국 등이 꼽혔다. 연구진은 그 근거로 핵전쟁 시 산업 시스템이 붕괴해 식량 자체 생산 비율이 최대 97%포인트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