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 시각)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내각 회의에 참석한 베냐민 네타냐후 신임 총리가 웃고 있다./UPI연합뉴스

이스라엘의 보수 우파의 상징적 인물이자, 최연소 총리 및 최장기 집권(만 15년 2개월) 기록을 갖고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다시 돌아왔다. 지난해 6월 우파 내 반대파와 야당 간 ‘반(反) 네타냐후 연합’에 밀려 실각한 지 1년 6개월 만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11월 조기 총선에서 약진한 극우 성향 정당과 손을 잡으면서 다시 권력을 잡았다.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는 29일(현지 시각) 임시 총회를 열어 네타냐후가 주도하는 우파 연립정부에 대한 승인안을 찬성 63, 반대 54로 통과시켰다. 네타냐후 총리에게는 통산 여섯 번째 임기다. 크세네트는 전체 120석 중 집권 우파 연합이 64석, 야당이 56석을 차지하고 있다. 현지 매체인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로써 네타냐후의 리쿠드당을 중심으로 우파 연정이 공식 출범했다”고 전했다. 이 연정에는 독실한 시오니즘(7석)과 오츠마 예후디트(이스라엘의 힘·6석), 노움(1석) 등 3개 극우 성향 정당과 함께 초정통파 유대교 정당 샤스(11석), 보수 유대주의 정당연합인 토라유대주의연합(UTJ·7석)도 참여했다.

29일(현지 시각) 이스라엘 예루살렘 크네세트(의회) 의사당에서 베냐민 네타냐후(가운데) 신임 총리와 연정 구성원들이 취임 선서식에 참여하고 있다. 이날 크네세트는 임시 총회를 열고 120명 중 63명의 찬성으로 네타냐후가 주도하는 우파 연립정부를 승인했다. 지난해 6월 반(反)네타냐후 연대인 ‘무지개 연정’에 밀려 실각했던 네타냐후는 1년 반 만에 총리직을 되찾아 15년이 넘는 이스라엘 역대 최장수 총리 기록을 더 늘릴 수 있게 됐다. /로이터 뉴스1

네타냐후 총리는 의회 연설에서 “최우선 과제는 이스라엘과 아랍권의 갈등을 끝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란의 핵 개발 프로그램을 좌절시키고, 이스라엘의 군사적 능력을 키우겠다”고 말했다. 자신이 과거 추진했던 주요 정책을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뜻이다. 그는 2020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도로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간에 관계 정상화의 물꼬를 튼 ‘아브라함 협약’의 막후 설계에 참여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중동 최강국 사우디아라비아와도 국교를 맺으려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이스라엘 건국 후 70여 년간 이어진 중동 내 외교적 고립 탈피를 완성하고, 이란에 대한 압박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슬람의 주류인 수니파의 맹주로, 시아파인 이란과는 숙적 관계다.

네타냐후의 재등장에 중동 지역의 이슬람 국가들은 긴장하고 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매체들은 “극우 성향 정당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초강경 정책, 또 집권 과정에서 벌어진 여러 잡음 등 새 정부의 앞날에 불안 요인이 많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의 ‘화약고’나 다름없는 팔레스타인 문제를 담당할 주요 직책에 유대 민족주의를 신봉하는 극우 성향 정치인들이 대거 포진했기 때문이다. 이타마르 벤-그비르 오츠마 예후디트 대표가 경찰과 국경경찰을 모두 관장하는 국가안보장관을, 베잘렐 스모트리히 독실한 시오니즘 대표는 유대인 정착촌 문제를 관할하는 국방부 산하 민간협조관(COGAT) 업무를 맡았다. 이들은 팔레스타인과 다른 아랍권 국가들이 격렬히 반대하는 요르단강 서안의 유대인 정착촌을 대폭 확장하려 한다. 또 기독교와 유대교, 이슬람교의 공통 성지로, 현재 이스라엘이 점령 중인 동(東)예루살렘을 직접 관리하려 한다.

미국과 서방은 이러한 정책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 악화를 통해 이미 불안정하기 짝이 없는 중동 정세를 극적으로 뒤흔들 수 있다며 심각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도 “이스라엘 새 정부가 동예루살렘의 현상(status quo)을 변경하려 하면 분쟁도 불사하겠다”며 경고했다. 현재 동예루살렘은 1994년 이스라엘과 주변국들이 맺은 평화 협정에 따라 요르단이 관리하고 있다.

11석을 보유한 샤스당을 연정에 끌어들이려 아리예 데리 샤스 대표를 무리하게 입각시킨 것도 물의를 빚고 있다. 데리 대표는 올해 초 탈세 혐의로 실형(집행유예) 판결을 받아 공직에 진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네타냐후는 그러나 지난 27일 우파 연합 의원들의 입법권을 동원, 형 집행이 유예된 경우는 입각이 가능하도록 법을 고쳤다. 데리 대표에게는 재무장관직을 약속했다. 야당은 이를 “법치와 민주주의 파괴”라며 강력하게 반발 중이다. 야이르 라피드 전임 총리가 이끄는 야당 의원들은 이날 네타냐후 총리의 의회 연설 중에도 야유를 퍼부으며 항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