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주요 전력시설에 공습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수도 키이우 중심에 있는 크리스마스트리에 환한 불빛이 들어왔다.
19일(현지 시각) AF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키이우 성 소피아 대성당 옆 광장에 12m 높이의 트리가 설치됐다. 이 트리는 우크라이나를 상징하는 파란색·노란색 조명 및 평화를 상징하는 하얀 비둘기로 장식됐다. 맨 꼭대기에는 별 대신 우크라이나의 국장인 삼지창 모형의 장식품이 달렸다.
키이우는 올해 트리 설치 여부를 두고 많은 고민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반 시설을 겨냥한 공격을 이어간 탓에, 수백만명이 전력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 16일 우크라이나 전역에 76발의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이 공격으로 키이우와 하르키우 등 주요 도시의 에너지 인프라 시설이 파괴됐고, 전력과 난방이 끊겼다.
이에 키이우시는 디젤 발전기를 돌려 조명을 밝히고 지난해 이용한 장식을 재사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광장에 트리를 세웠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민의 일상을 훔쳐 가려고 하지만, 그들은 우리 아이들에게서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빼앗지 못할 것”이라며 “우리는 이 트리를 ‘무적의 우크라이나 트리’라고 부른다. 트리가 있기에 아이들은 이처럼 어려운 시기에도 크리스마스를 즐길 수 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트리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등 연말 분위기를 만끽했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에는 캄캄한 한밤중에도 시민 수십명이 트리 근처에 모여 있는 모습이 담겼다.
한편 우크라이나 정교회는 러시아 정교회 전통에 따라 통상 1월 7일에 크리스마스를 기념했다. 하지만 올해는 크리스마스를 12월 25일로 옮기는 것을 허용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정교회가 러시아 정교회와 거리를 두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정교회는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각자 소속된 나라를 지지하는 등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던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