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총선이 치러진 17일(현지 시각) 카이스 사이에드 튀니지 대통령이 투표하고 있다. /로이터

‘아랍의 봄’으로 불리는 민주화 운동 발원지인 북아프리카 튀니지의 총선 투표율이 전례 없이 낮은 8.8%에 그쳤다고 17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심각한 경제난과 정권에 대한 반발 등이 이 같이 저조한 투표율의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개발학연구소의 정치사회학자 막스 갈리엔은 “현대 세계 역사상 가장 낮은 투표율로 보인다”고 했다.

튀니지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오후 6시 기준 총선 투표율이 8.8%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튀니지 선거 투표율 중 최저치로, 지난달 물가 상승률인 9.8%보다도 낮은 수치다.

이번 총선은 수개월째 계속되는 정치적 혼란과 야권의 선거 보이콧, 유권자들의 무관심 속에 치러졌다. 2019년 10월 민주적 선거를 통해 당선된 헌법학자 출신의 카이스 사이에드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정치권의 부패를 척결하겠다며 의회 기능을 정지시켰다. 의회가 반기를 들자 해산 명령을 내렸고, 대통령 임기를 마음대로 연장할 수 있도록 한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장기 집권의 길을 열었다. 야권은 이번 총선이 대통령 권한 강화를 위한 형식적인 절차일 뿐이라며 선거를 거부했다.

제1야당 ‘전국구원전선’은 사이에드 대통령이 정당성을 상실했다며 그의 사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나지브 체비 전국구원전선 대표는 “지금 이 순간부터 우리는 사이에드를 불법적인 대통령으로 간주한다”며 대규모 집회와 연좌 농성을 촉구했다. 자유헌법당 아비르 무시 대표는 “튀니지인 90% 이상이 사이에드 대통령의 계획을 거부했다”며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튀니지는 ‘아랍의 봄’ 이후 북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민주주의 국가로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코로나 유행으로 경제가 악화하고, 10%에 가까운 물가 상승률이 이어지면서 생활고로 인한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