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선전매체 '조선의 오늘' 홈페이지에 게시된 '이 시각 평양 그 한토막'이라는 제목의 4분짜리 영상에는 지난 10월 평양 제1백화점 내부 모습이 담겨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북한의 국경 봉쇄에도 불구하고, 평양의 국영 상점은 달러화를 받고 외국산 화장품·샴푸·라면 등을 팔고 있다고 9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NYT는 북한 평양의 한 국영 상점에서 촬영된 장면을 소개하면서 코로나 확산과 국경 봉쇄, 대북 제재로 곤경에 처한 김정은 정권이 민간의 달러화까지 필사적으로 긁어모으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평양 상점의 진열대에는 프록터앤드갬블(P&G), 유니레버 등의 서방 브랜드와 일본제 미용 제품이 가득했다. NYT는 이 밖에도 외국산 라면, 방향제, 기저귀, 샴푸 등 수입품을 달러화로 살 수 있었으며, 잔돈은 북한 원화로 거슬러 받아야 한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핵·미사일 등 무기 프로그램과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최근 석탄 밀수출과 가상화폐 탈취 등으로 달러화 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밖에도 스마트폰과 기타 수입품을 부유층에 팔아 시중의 달러화까지 쥐어짜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미국과 한국의 연구기관은 북한이 올해 역대 가장 많은 탄도미사일을 쏘아 올리며 수억 달러의 비용을 들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 2017∼2021년 북한의 무역적자는 총 83억 달러에 달하며, 석탄 밀수출과 가상화폐 탈취 등 불법 활동으로 벌어들인 돈을 감안해도 최소 19억 달러의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김정은 정권은 중국과의 밀수 등으로 부를 축적한 부유층을 상대로 가능한 많은 외화를 벌어들이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북한 정권은 또한 민간 시장에서의 달러화 사용과 무면허 환전 행위를 엄중히 단속하고, 국영 상점에서만 달러화 결제를 가능하게 해 달러화 유출을 막고 있다. 동시에 당국의 감시하에 있는 은행 계좌에 달러화를 예치할 것을 장려하고 있다.

부유층의 지출을 유도하기 위해 평양의 백화점의 진열대에는 롤렉스와 티쏘 손목시계, 소니와 캐논 디지털 카메라, 디올과 랑콤 화장품 등 사치품들로 가득 차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이는 모두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사치품들이다.

휴대전화 판매도 늘리고 있다. 북한 국영 방송은 중국에서 들여온 부품으로 북한 내에서 조립한 휴대전화 제품을 광고하고 있으며, 이러한 휴대전화에는 내비게이션과 슈퍼마리오와 앵그리버드 등 게임까지 깔렸다고 NY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