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최근 “러시아의 안보 보장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을 놓고 유럽 내에 큰 논란이 일고 있다고 4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3일 미국 워싱턴 방문 중 프랑스 방송 TF1과 가진 인터뷰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나토가 러시아 문 앞까지 진출했다’는 두려움을 줄곧 주장해왔다”며 “우리는 (평화 협상에) 러시아가 이 문제를 다시 들고 나올 경우, 러시아의 안보를 보장하면서 어떻게 우리 동맹과 나토 회원국의 안보를 보장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이 발언은 마크롱 대통령이 러시아의 안전 보장 요구에 공감한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와 동유럽 국가들은 크게 반발했다. 올렉시 다닐로우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누가 테러리스트 살인자 국가(러시아)에 안전을 보장해주길 원하는가”라며 “전범 재판 대신 러시아와 협상하고 악수하라는 뜻이냐”고 비난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도 “우리 문명국들이 러시아의 야만성으로부터 안전을 보장받아야 한다”며 “협상은 전쟁 책임자들에 대한 재판과 배상금 부과 이후에나 가능하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국경을 마주한 스칸디나비아와 발트해 국가들도 비판 대열에 동참했다. 알렉산더 스툽 핀란드 전 총리는 “러시아가 다른 국가를 공격하지 않을 것부터 약속받아야 한다”고 했고, 리나스 린케비치우스 전 리투아니아 외교부 장관은 “테러 국가의 위협 수단을 지속시키는 안보 구조는 재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NYT는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을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로 유인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일 정상회담을 통해 평화 협상에 대한 논의를 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이 전쟁을 끝낼 방법을 모색하기로 결단하는 데 관심이 있다면 나는 그와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고, 마크롱 대통령은 “조만간 푸틴 대통령과 (협상을 위한) 통화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라트비아에 본부를 둔 러시아 독립 언론 메두자(Meduza)는 “최근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 러시아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우크라이나 침공(특별 군사 작전)을 지속하길 원한다는 응답이 25%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지난 4월의 80%대에서 크게 급락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