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4일(현지 시각) 괴한에 의해 피살당한 필리핀 저널리스트 펄시벌 마바사(63)의 가족들이 마닐라의 자택에서 눈물 흘리고 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을 비롯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현 대통령의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를 해온 마바사는 전날 밤 자신의 저택 출입문에서 총격을 받고 숨졌다./AFP 연합뉴스

전 세계적으로 언론인을 살해하고도 처벌받지 않은 비율이 10건 중 9건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력자를 비판한 언론인 피살이 잇따르는 등 언론 탄압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사건 대부분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아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위협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네스코(UNESCO)는 2일(현지 시각) ‘언론인 대상 범죄 미처벌 종식을 위한 국제 행동의 날’을 맞아 발간한 ‘언론인의 안전과 미처벌의 위험’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2022년 기준 전 세계에서 언론인을 살해하고도 처벌받지 않은 비율이 86%에 달한다”며 “2018년(89%)보다 3%포인트 감소했지만, 여전히 충격적일 정도로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유네스코가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각국 정부를 통해 파악한 언론인 살해 사건은 1284건으로, 이 중 해결된 것으로 간주되는 사건은 185건(14%)에 그쳤다. 사건 발생 후 1년 안에 해결한 사례는 29건에 불과했다.

유네스코는 2020~2021년 전 세계에서 살해당한 언론인은 117명으로, 이 중 91명(78%)이 일터 밖에서 이동 중이거나 근무하지 않는 동안 피살됐다고 전했다. 일부 언론인은 자녀를 포함한 가족 앞에서 목숨을 잃었다고 했다. 이 기간에 언론인 피살 사건이 가장 많이 발생한 국가는 멕시코(19건)로 집계됐다. 이어 아프가니스탄(13건)과 인도(11건)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45건, 중남미에서 38건이 일어났다.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해결되지 않은 언론인 살해 사건이 이렇게 많다면 표현의 자유는 보호될 수 없다”며 각국 정부의 시정 노력을 촉구했다. 국경없는기자회(RSF)는 이날 브라질·멕시코 등 8국 검사들의 목소리를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언론이라는 직업 그 자체를 위협하는 언론인 살해가 절대 용인돼선 안 된다”며 “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 대한 조사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보호하고, 범죄가 처벌받지 않는 행태를 끝내기 위해 단호하고 과감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