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서울의 압사 참사가 일어난 지역에 있었는데, 아직도 연락이 없습니다. 소식을 아는 분은 공유해 주세요.”

31일 오후 외국인들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압사 사고 추모공간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로이터 뉴스1

29일 밤(현지 시각) 차남 스티븐(20)과 연락이 두절돼 발을 동동 구르던 아버지 스티브 블레시(62)씨는 지옥 같은 시간을 보냈다. 참사가 발생한 서울 이태원에 있을 것 같은 아들에게 ‘안전을 챙겨야 한다’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답이 없었다. 그의 지인들은 “주님께 기도하겠다”며 응원 메시지를 보냈지만, 3시간 뒤 블레시 부부는 “차남이 이태원 참사로 목숨을 잃은 미국인 2명 중 한 명”이라는 주한 미국 대사관의 연락을 받았다. 블레시는 “동시에 1억번을 찔린 것 같은 (고통을 느낀다)…. 억장이 무너진다”고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말했다.

국제경영학을 전공한 스티븐은 동아시아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미국 조지아주에서 대학을 다녔고, 코로나 사태로 한참 기다리다가 올가을 학기부터 한양대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중간고사를 마치고 친구들과 이태원에 놀러 갔다가 참변을 당했다고 NYT는 전했다. 블레시는 “참사가 벌어지기 30분 전쯤 아들에게 ‘안전하게 다녀야 한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지만, 끝내 답장을 받지 못했다”며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다”고 울먹였다.

일본인 희생자인 도미카와 메이(26)씨의 부친 도미카와 아유무(60)씨는 31일 한국으로 급히 떠났다. 그는 전날 오전 이태원 참사 뉴스를 듣고 한국에서 연수 중인 딸이 생각나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전화를 받은 것은 한국 경찰이었다. 경찰관은 “이태원 사고 현장에서 딸 메이의 스마트폰을 수거했다”고 전했다. 딸이 무사하기만을 간절히 기원했지만, 그는 이날 오후 “일본인 사망자 2명 중 한 명의 지문이 딸의 지문과 일치한다”는 외무성의 연락을 받고 오열했다.

도미카와 부녀는 사소한 일상까지 함께 나누는 각별한 사이였다고 한다. 도미카와씨는 “메이가 카페를 좋아해 한국 카페에서 찍은 사진을 종종 보내줬다”며 “(딸아이가) 그곳에 있을 줄 정말 몰랐다”며 애통해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번 이태원 참사로 사망한 외국인을 26명으로 집계했다. 국적별로는 이란이 5명으로 가장 많고, 중국과 러시아가 각 4명, 미국과 일본 각 2명, 프랑스·호주·노르웨이·오스트리아·베트남·태국·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스리랑카 1명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