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 다리 현수막에 내걸렸던 ‘반(反)시진핑’ 메시지를 중국 젊은이들이 화장실 벽에 쓰거나 대학 캠퍼스에 대자보로 붙이면서 시진핑 규탄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고 CNN방송이 2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중국 동부 지역의 한 대학교에 다니는 레이번 우(가명)는 CNN을 통해 지역 내 화장실 벽에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화장실 벽에 영어로 ‘제로 코로나 정책이 아닌 일상의 삶, 봉쇄가 아닌 자유, 거짓말이 아닌 품위, 퇴행이 아닌 개혁, 독재가 아닌 선거, 노예가 아닌 시민을 원한다’고 썼는데, 이는 제20차 당대회를 앞둔 지난 13일 베이징 시내의 한 다리 난간에 걸린 현수막에 쓰였던 것과 같은 내용이다.

당시 ‘펑리파’라 불린 남성이 현수막을 걸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중국 젊은이들은 다리에 현수막을 내걸었다고 해서 그를 ‘브리지맨(bridge man)’이라고 부르고 있다. 톈안먼 민주화 시위 당시 진압군의 탱크 행렬을 맨 몸으로 막아선 ‘탱크맨’에 빗댄 별칭인데, 브리지맨은 최근 시진핑 규탄 시위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중국 당국은 소셜미디어에서 관련 단어 검색 기능을 차단하고 나섰다.

레이번 우는 글귀 밑에 왕관을 쓴 곰돌이 푸를 그린 후, 그 위에 사선을 그었다. 중국에서 푸는 시 주석을 풍자하는 캐릭터로 곧잘 사용되는데, 시 주석의 장기 집권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우는 “브리지 맨이 내세운 가치를 공유하고자 화장실에 영어로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며 “나는 중국 시민으로서 내 인생에 처음으로 옳은 일을 했다는 만족감을 느낀다. 시 주석은 중국을 나락으로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남서부의 대학을 졸업한 천치앙도 같은 메시지를 화장실 칸막이 문에 적었다. 그는 “나는 중국을 사랑하는 것이지 공산당을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화장실에 와서야 정치적 견해를 표현할 수 있는 이 나라의 현실이 슬프다”고 말했다.

CNN은 외국에서 유학 중인 중국 학생들도 적극적으로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골드스미스런던대학교에 다니는 졸리라는 유학생은 이른 아침 등교해 브리지맨의 메시지가 담긴 인쇄물을 학교 게시판에 붙였다. CNN은 “중국 당국의 탄압에도 젊은이들이 작지만 강한 불꽃처럼 맞서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