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인 시엔푸에고스(29)가 자신의 새 신분증을 들고 있다./인스타그램 'historia_trans_chilena'

칠레 정부가 역사상 처음으로 ‘논바이너리’(non-binary) 신분증명서를 발급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15일(현지시각) 미국 ABC방송,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셰인 시엔푸에고스(29)는 지난 14일 칠레 정부로부터 최초로 논바이너리 신분증을 발급받았다. 논바이너리는 여성과 남성으로 구별되는 이분법적 성별에서 벗어난 성정체성을 말한다. 시엔푸에고스는 성별 표기란에 여성 또는 남성이 아닌 ‘X’가 표시된 신분증을 갖게 됐다.

매체는 칠레 트랜스다양성기구의 활동을 이끌고 있는 시엔푸에고스가 9년간의 법정 투쟁 끝에 이 신분증을 받게 됐다고 전했다.

시엔푸에고스는 현지매체와 인터뷰에서 “이것은 나의 승리가 아니다”라며 “이것은 우리 모두의 승리”라고 밝혔다. 그는 “그 누구도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법적 인정을 받기 위해 이렇게 오랜 시간을 기다려서는 안 된다”고 했다.

지난해 아르헨티나를 시작으로 중남미 국가에서는 논바이너리를 국가 신분증에 표기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지난해 주민등록증과 여권에 성별 ‘X’를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추가했다. 당시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남성과 여성 외에도 다른 성별 정체성을 지닌 사람들이 있다”며 “이들 역시 존중받아야 한다”고 했다. 또 “사람들이 성별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이번 정책은 이를 위한 첫걸음이고, 언젠가는 신분증에 성별을 기재하지 않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했다.

ABC방송은 “멕시코와 콜롬비아가 논바이너리 신분증 정책의 뒤를 따랐지만 칠레와 마찬가지로 법원에서 승소한 사람들에게만 해당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