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지역 합동군 총사령관에 임명된 세르게이 수로비킨(56) 육군 대장./AP 연합뉴스

러시아 국방부가 8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지역 합동군 총사령관에 세르게이 수로비킨(56) 육군 대장을 임명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러시아가 지난 2월 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현장 총사령관 교체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임 사령관은 이미 몇 개월 전에 해임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러시아군은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수로비킨 사령관은 지난 1990년대 초 발생한 민주화 시위 때 시위대를 향해 총격을 가하는 등 “잔인한’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우크라 전쟁을 현장 지휘하는 합동군 총사령관에 수로비킨 대장을 임명했다”며 “전임 사령관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알렉산드르 드보르니코프 장군이었다”고 보도했다.

1987년 임관 후 36년째 군 생활을 하고 있는 수로비킨은 1990년대 타지키스탄과 체첸 내전에 개입했으며, 2015년 시리아 내전에도 참전했다. 2017년부터 러시아 항공우주사령관도 겸했으며,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남부 군관구 사령관을 맡아왔다.

수로비킨에게는 “완전한 잔인함”(제임스타운재단) “잔혹하고 부패한 인물”(영국 국방부) “악질”(가디언) 등의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도와 시리아 북서부 도시 알레포에 폭탄을 잔뜩 투하해 도시 대부분을 초토화시켰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수로비킨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과 더불어 시리아 전쟁 범죄의 주동자 중 한 명으로 지목했다.

수로비킨은 지난 1991년 8월 구소련 강경파가 일으킨 쿠데타 때도 악명을 떨쳤다. 대위였던 수로비킨은 소총 부대를 이끌고 민주화 시위대가 쳐 놓은 바리케이드를 뚫고 들어가 발포 명령을 내렸다. 당시 소련군 지휘관 중 민주화 시위대에 발포 명령을 내린 사람은 수로비킨이 유일했다. 이때 시위대 3명이 사망했다. 수로비킨은 또 1995년 무기를 빼돌려 팔아먹었다가 복역한 전과도 있다.

그레고리 유딘 모스크바사회경제대 교수는 이번 임명에 대해 “1991년 8월 민주화 시위대에 발포 명령을 내린 수로비킨에게 옛 소련의 영화를 되돌리려는 마지막 발악(우크라이나 침공)을 맡긴 것은 매우 상징적”이라면서 “이 사람들은 그때도 자신들이 무슨 일을 했는지 알고 있었고, 지금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전에 참전한 러시아 지휘관들에 대한 문책성 해임도 잇따르고 있다. 러시아군은 지난주 초 지역군 사령관 5명 중 동부군 사령관과 서부군 사령관을 교체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2월 개전 이후 참전한 러시아 장군 최소 8명이 해임됐고, 10명이 전사했다고 집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