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현지 시각) 인도네시아 축구 경기에서 관중 난동이 발생해 경찰이 진압하고있다./트위터

인도네시아 동부 자바주의 한 축구장에서 팬들의 난동으로 125명이 숨진 대참사가 벌어진 가운데, 어린이 희생자가 32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3일(이하 현지 시각)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여성역량강화·아동부 관계자는 “희생자 중 최소 32명이 3세에서 17세 사이의 어린이였다”고 밝혔다. 리스티요 시깃 프라보워 경찰청장은 2일 브리핑을 통해 이번 참사 사망자 수가 125명이며 부상자는 320명 이상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참사는 지난 1일 밤 자바주 말랑의 칸주루한 경기장에서 일어났다. 홈팀 아레마 FC와 원정팀 페르세바야 수라바야의 축구 경기에서 수라바야가 3대 2로 이기자, 패배한 아레마의 팬들이 그라운드로 난입했다.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진압에 나섰다. 발사 소리에 놀란 관중들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려다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2일(현지 시각)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이번 참사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촛불과 꽃잎들이 놓여있다./AFP 연합뉴스

아레마FC 응원단은 2일 밤 해당 경기장 밖의 아레마FC 상징인 사자상 앞에서 추모 집회를 했다.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와 발리, 수라바야 등 인도네시아 곳곳에서는 촛불 집회 등 사망자들을 애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첼시, 리버풀FC우먼 등 전세계 축구팀들도 애도의 뜻을 표했다. 수많은 네티즌들도 소셜미디어에서 해시태그 ‘칸주루한을 위해 기도하자’(#PrayForKanjuruhan)를 달며 위로의 말을 전하고 있다.

현지에서는 경찰의 과잉 진압이 참사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경기장에서의 최루탄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참사로 숨진 두 청소년의 친구 리유는 CNN에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한 후 친구들이 다시 관중석으로 달려갔다”며 “사람들이 패닉 상태에 빠져있다. 내가 왜 경찰에게 맞았는지 모르겠다. 아무 것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전날 성명을 통해 프라보워 경찰청장에게 이번 사건을 철저히 수사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인권위원회도 최루탄 사용을 포함해 사건과 관련한 조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이날 합동 조사단을 꾸려 2~3주간 경찰과 별도로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