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제한 조치로 에너지난에 시달리는 동유럽 슬로바키아가 내년 5번째 원자로를 새로 가동해 ‘전력 자립’에 나서기로 했다. 새 원자로를 가동하면 슬로바키아가 전력 수출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3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슬로바키아 최대 전력 기업 슬로벤스케 엘렉트라네(SE)는 “내년 초까지 전력을 자급자족해 더는 수입에 의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슬로바키아는 중서부 지역의 모호브체 원자력 발전소에서 원자로 4기를 가동, 국내 전력의 절반 이상(54%)을 생산해왔다. 이는 프랑스(67%)에 이어 유럽연합(EU) 국가 가운데 둘째로 높은 원전 비율이다. 매년 3.7테라와트시(TWh)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5호기가 내년 가동을 시작하면, 러시아 등으로부터 전력을 수입하지 않아도 된다. 남는 전력은 수출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러시아 국영기업인 TVEL로부터 원자력 발전용 핵 원료를 수입하는 계약은 2026년까지 유지된다.

새 원자로를 가동하면 치솟는 에너지 비용에 따른 가계 부담이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SE는 내년부터 가정에 1MWh당 최대 61유로(약 8만4000원)에 전력을 공급하기로 정부와 협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 전력 시장 도매 가격의 3분의 1 이하이다. 이 같은 가격 상한 방침은 가정에만 적용돼, 기업에 공급하는 전력 요금은 현행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