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침공으로 국토와 경제가 초토화된 우크라이나가 대한민국의 ‘한강의 기적’을 교과서에 싣기로 했다. 6·25전쟁의 상처를 딛고 반세기 만에 세계 10위권 경제 강국으로 도약한 한국의 사례를 보고 배우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우크라이나 11학년(한국 고교 3학년) 학생들이 배우는 세계사 교과서. /우크라이나 교육과학부

주우크라이나 한국대사관은 20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교육과학부가 한국 발전상에 대한 내용을 세계지리 10학년(한국 고교 2학년)과 세계역사 11학년 교육과정에 포함하도록 교과서 서술 지침(가이드라인)을 변경하고, 최근 이를 홈페이지에 공지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교과서에는 아시아 국가 중 중국과 일본, 인도에 대한 내용만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사관 측은 “이번 지침 변경으로 한국 관련 내용이 처음 포함되고, 다른 아시아 3국과 동일한 비중으로 다뤄지게 됐다”고 밝혔다.

새 지침에 따라 세계지리 10학년 교과서는 서울을 싱가포르·홍콩·도쿄·두바이·상하이와 함께 아시아 금융 중심지로, 부산을 아시아 최대 항구 중 하나로 지도에 표시한다. 또 경제와 국제정치, 무역 등에서 한국을 중국·일본·인도와 동일한 비중으로 서술하고, 한국의 위상과 수출 지향 경제 모델, 디지털 기술의 중요성, 우크라이나와 관계 등도 언급할 전망이다. 세계역사 11학년 교과서에는 한국의 발전상과 경제적 기적, 민주화 경험 등에 대한 내용이 들어갈 예정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7월 조선일보 주최 2022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에 화상으로 참석해 “우크라이나는 전후 국가 재건 모델로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재건에) 한국의 경험과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달 우크라이나 정부가 발표한 재건 계획에는 기업 친화적 제도 개선과 관련, 한국이 주요 사례로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