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나를 즐기고 있는 핀란드 국민들./페이스북

‘사우나의 원조’ 나라 핀란드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1주일에 한 번만 사우나를 하자는 캠페인을 전개하기로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니아 침공으로 국제 원유 가격이 급등하고,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이 가중되는 가운데 에너지 절약 방안 중 하나로 사우나 횟수를 줄이자는 일종의 고육책을 내세운 것이다.

핀란드 정부는 26일(현지 시각) “오는 10월 10일부터 전국적인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시작한다”며 “그중에는 사우나 횟수를 1주일에 한 번으로 줄이자는 내용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핀란드 국영 에너지 경영시스템 관리 업체 ‘모티바’ 관계자는 “우리가 매일 사우나를 이용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사우나는 핀란드를 대표하는 문화다. 핀란드인은 일과를 마치고 가족, 친구와 함께 사우나에 들어가 휴식을 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여가 생활 중 하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 BBC는 “핀란드 사람들에게 사우나는 아픈 근육을 진정시키고 사교를 하는 필수적인 공간”이라며 “’사우나를 경험하지 않았다면 핀란드를 경험하지 않은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핀란드만의 독보적인 문화”라고 전했다. 핀란드는 총인구가 약 550만명인데 핀란드 전역에 300만여 개의 사우나 시설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우나는 섭씨 85도 안팎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에너지를 많이 소비할 수밖에 없다.

핀란드가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도입한 건 1970년대 오일 쇼크 이후 처음이라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핀란드 당국은 이날 사우나 이용 자제 외에도 ‘샤워 시간 줄이기’ ‘겨울철 난방 온도 낮추기’ ‘자동차 속도 낮춰 휘발유 절약하기’ 등 권고 사항을 내놓았다.

핀란드는 지난 5월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가스프롬의 “구매 대금을 루블화로 지불하라”는 요구를 거절하면서 러시아산 에너지 공급이 중단된 상태다. 정부는 에스토니아 등 발트 국가와 연결된 파이프라인을 통해 에너지 공급책을 대체하겠다고 밝혔지만, 당장의 공급난을 해결하지 못하면서 다른 유럽 국가와 마찬가지로 유가 상승 등 위기를 겪고 있다. 카티 락소 모티바 대변인은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권고를 따른다면 오는 겨울을 다 함께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