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원전이 가동하고 있다. 이곳은 지난 3월 러시아군이 점령해 현재 500명의 군인이 주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운영은 우크라이나 국영 원전 회사에서 맡고 있다. /AP 연합뉴스

유럽 최대 규모의 원자력발전소인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이 최근 잇따라 공격을 받으면서 이곳의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영 원전 운영사인 에네르고아톰은 11일 “러시아군이 방사성물질 저장 시설 인근을 포함해 다섯 차례 공격을 가했다”며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고, 방사능 수치도 정상”이라고 했다. 반면 러시아가 임명한 자포리자주(州) 당국자들은 “우크라이나군이 원전 시설을 겨냥해 최소한 세 차례 공격을 했으며, 이로 인해 원전 근로자 교대 등이 차질을 빚었다”며 에네르고아톰 측 발표를 반박했다. 앞서 지난 5~6일에도 자포리자 원전을 겨냥한 공격이 발생했는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 상대방을 배후로 지목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남쪽으로 600㎞ 위치에 있는 자포리자 원전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였던 3월 초 러시아군이 장악했지만, 운영은 우크라이나 기술자들이 맡고 있다. 총 6기의 원전 중 2기만 운영되고 있다. 원전 겨냥 공격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원전 운영을 맡은 우크라이나와 원전 지역을 통제하고 있는 러시아가 서로 상대방이 원전을 공격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그 누구도 뻔뻔하게 원자력발전소로 전 세계를 협박하지 않는다”면서 “러시아군은 유럽의 안전을 위해 원전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했다. 바실리 네벤자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자포리자 원전을 공격한 우크라이나의 범죄 행위는 체르노빌 사태에 버금가는 핵 재앙을 가져올 것”이라고 반박했다.

새벽에 우크라이나로 미사일 쏜 러시아 - 11일(현지 시각) 러시아 벨고로드에서 우크라이나를 향해 발사한 로켓이 하늘로 솟구치는 장면이 우크라이나 북동부 도시 하르키우에서 포착됐다. 두 도시 간 직선거리는 약 70㎞다. /AP 연합뉴스

국제사회는 잇따라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충돌이 계속된다면 재앙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원전과 주변부를 겨냥하는 모든 군사 행동을 즉각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원전에 대한 적대행위는 중단돼야 하며, IAEA 관계자들이 현장으로 가서 원전의 상태를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G7(주요 7국) 외교장관들은 “러시아는 즉시 자포리자 원전에서 철수하라”는 공동 성명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