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도 사람처럼 자는 동안 꿈을 꾸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연구진은 겉보기에 꿈을 꾸는 듯한 움직임을 보인 거미가 실제로 꿈을 꾸는지에 대해 추가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독일 콘스탄츠대 진화생물학자 다니엘라 뢰슬러 박사 등으로 구성된 연구진은 깡충거미의 수면 행동에 관한 연구 결과 보고서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이 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뢰슬러 박사팀은 보고서에서 줄에 거꾸로 매달려 수면을 취하는 어린 깡충거미 34마리를 적외선 카메라로 관찰한 결과, 모든 거미들이 15~20분마다 약 80초간 다리를 꿈틀거리고 안구가 움직이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거미의 행동이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가 렘(REM) 수면 단계에 접어들었을 때 보이는 행동과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렘 수면은 잠을 자는 동안에도 뇌파가 깨어있는 수면 단계로, 렘 수면 중엔 수차례 안구가 급속히 움직이는 것이 관찰된다. 사람들은 이 단계에서 대개 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렘 수면을 한다고 알려진 인간 외 동물에는 개와 새, 갑오징어 등이 있다.

이 연구 결과를 두고 과학계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미국 UCLA 수면연구센터 제리 시걸 연구원은 “평온한 상태에서 (다리를 꿈틀대는 등의) 행동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며 “거미가 렘 수면을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위스콘신대 곤충학자 배럿 클라인은 “인간과 유사성이 거의 없는 거미에게서 렘 수면과 유사한 신호를 발견해 흥미롭다”고 했다. 폴 쇼 세인트루이스워싱턴대 신경과학 교수 역시 이번 발견이 다른 동물의 수면에 대한 과학자들의 이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뢰슬러 박사는 거미가 깨어 있을 때와 렘 수면 상태일 때 안구 움직임을 비교하는 또 다른 실험을 계획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두 상태에 있는 거미의 눈 활동이 비슷하다면 이는 거미들이 낮 동안 했던 활동에 대한 꿈을 꾸는 것일 수 있다는 걸 암시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