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된 보트 아래 생존자를 확인하기 위해 구조대가 선체를 두드리는 모습./스페인 해안경비대 트위터

한 프랑스 남성이 타고 있던 보트가 대서양에서 전복됐다. 이 남성은 에어포켓(전복된 선체 안에 공기가 남은 공간)에서 16시간을 버틴 끝에 무사히 구조됐다.

4일(현지 시각) AFP통신 등에 따르면 로랑 캄루비(62)는 지난 1일 오후 8시 23분쯤 스페인 북서부 갈리시아 인근 대서양에서 배가 뒤집히기 전 플레어를 쏘는 등 조난 신호를 보냈다. 지난달 31일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을 출항한 지 하루 만에 조난된 것이다.

스페인 해안경비대가 현장으로 출동했고, 길이 12m짜리 보트가 뒤집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해안경비대는 헬리콥터 3대와 선박 1척, 잠수부 5명을 동원했으나, 높은 파도 등 기상 상황이 좋지 않아 이튿날 아침으로 구조작업을 미뤘다. 해안경비대는 보트에 부력 풍선을 달아 침몰하지 않도록 한 뒤 날이 새기를 기다렸다.

해안경비대는 2일 오전 구조작업을 시작했다. 한 대원이 뒤집힌 선체 위에 올라가 생존자를 확인하기 위해 보트를 두드렸다. 로랑은 보트 안에서 선체를 두드리며 생존해 있다는 것을 알렸다고 한다. 해안경비대 측이 공개한 당시 영상에도 포착됐다.

로랑 캄루비(62·오른쪽)와 그를 구조한 구조대장 마누엘 케이펜스./EPA 연합뉴스

잠수부 2명이 보트 밑으로 헤엄쳐 들어가 로랑을 구조했다. 로랑은 구조 당시 체온이 34.5도로 비교적 낮고, 탈수 상태였으나 크게 다친 곳은 없었다고 한다.

로랑은 보트가 뒤집힌 직후 에어포켓의 높이가 80㎝가량이었다고 했다. 그는 “서서히 공간이 줄어들었다”고 했다. 그가 구조될 때는 에어포켓의 높이가 30㎝에 불과했다고 한다. 로랑은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아내와 아이들을 생각하며 버텼다. 그들을 위해 버틸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헬리콥터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된 것을 “절대 잊지 못할 순간들”이라고 했다. 그는 “앞으로도 계속 항해할 것”이라고도 했다.

해안경비대는 “로랑은 우리가 도착할 때까지 침착하게 기다리고 있었다”며 “한 명 한 명을 구하는 것이 우리에겐 가장 큰 보상”이라고 했다. 이어 “로랑이 입고 있었던 네오프렌 소재의 수영복이 그가 저체온증에 걸리는 것을 막아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