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의 외연이 구(舊)공산권 국가를 포함한 전 세계로 넓어지는 동안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신냉전’ 상황이 도래하자 새삼 주목받는 나라들이 있다. 중동의 소국 카타르와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3국 중 하나인 노르웨이가 대표적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일 “러시아의 천연가스 무기화로 인해 중동의 소국 카타르에 유럽 국가들의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카타르는 사우디아라비아 동쪽 페르시아만으로 튀어나온 면적 1만1571㎢, 인구 288만의 작은 나라지만 2021년 기준 세계에서 둘째로 많은 약 7700만t의 천연가스를 생산한 에너지 대국이다.

공급량으로는 호주가 가장 많고, 미국과 말레이시아도 대량의 천연가스를 수출하고 있다. 하지만 이 중 카타르는 유럽에서 가장 가깝기 때문에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대체재를 찾으려는 유럽 국가들이 몰려들고 있다. 블룸버그는 “유럽 고위 관리들이 최근 몇 주간 줄줄이 카타르 수도 도하를 찾아 천연가스 공급을 문의했다”며 “특히 지난주 러시아가 폴란드와 불가리아에 천연가스 수출을 중단한 직후 그 행렬이 더 길어졌다”고 전했다.

카타르는 밀려드는 주문을 맞추기 위해 연간 천연가스 생산량을 1억1000만t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에너지 수출액도 2014년 이후 처음으로 1000억달러(약 126조원)를 돌파할 전망이다. 카타르가 서방의 에너지 공급망에서 갖는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카타르를 최근 ‘주요 동맹국’으로 지정했다.

북해 유전의 약 절반을 차지해 ‘유럽의 주유소’로 불리는 노르웨이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노르웨이의 천연가스 생산량은 세계 7위 수준으로, 2021년 기준 유럽 지역에만 1130억㎥를 공급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는 영국과 유럽연합(EU) 27국 천연가스 소비량의 25%에 이른다”고 전했다.

노르웨이는 지난 3월 EU 요청에 따라 천연가스 생산량을 올여름까지 약 14억㎥ 늘리기로 전격 결정했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무기화 시도로 유럽의 천연가스 공급난이 우려된 데 따른 것이다. 또 EU가 러시아산 석유 금수 조치안을 내놓으면서 원유 증산도 검토 중이다. 노르웨이 일간 아프텐포스텐은 “천연가스와 원유 증산은 노르웨이가 추구해 온 탄소 배출량 저감 정책과는 거꾸로 가는 것”이라며 “하지만 유럽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에 맞서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