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여성은 성폭행해도 된다"는 내용의 통화 속 목소리의 주인으로 지목된 로만 비코프스키(27·오른쪽), 그의 아내 올가 비코프스카야(27·왼쪽). /트위터

러시아 군인 남편에게 “우크라이나 여성은 성폭행해도 괜찮다”고 통화한 러시아 여성의 신상이 공개됐다.

16일(현지시각) 자유유럽방송(RFE) 등은 러시아 군인과 그 아내의 통화 내용을 공개하며 이들의 신상을 보도했다.

통화 녹음 속 병사는 로만 비코프스키(27), 그의 아내는 올가 비코프스카야(27)로, 둘 사이에는 4세 아들이 1명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12일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에서 감청한 러시아 군인과 그 아내의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해당 통화 녹음에서 아내는 우크라이나를 침략 중인 자신의 남편에게 “그래 거기서 그냥 해. 우크라이나 여성들을 성폭행해”라고 말한다. 이어 “나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알았지?”라며 웃는다. 남편이 “그러니까 성폭행해도 괜찮으니까 당신에게 말만 하지 말라는 거지?”라고 묻자, 아내는 “그래 내가 모르게만 해”라며 다시 웃는다. 남편이 “정말 그래도 되냐”고 다시 한번 묻자 아내는 “응, 허락할게. 대신 피임은 꼭 해”라고 답한다.

이들은 해당 녹음이 자신들의 목소리가 아니라고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유유럽방송은 이들과 통화를 시도했다. 비코프스키는 현재는 헤르손이 아닌 러시아 흑해함대가 주둔 중인 크림반도 세바스토폴 항구에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후 기자가 신원을 밝히자 그는 녹음 속 목소리의 주인이 자신이 아니라고 발뺌했다. 아내 올가 또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남편이 부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이들 부부는 자유유럽방송의 취재가 시작된 후인 13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모두 비공개로 전환했다.

SBU는 “해당 통화 녹음에 대해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감청 결과 러시아 병사 가족들의 80%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우리는 우크라이나에서 가능한 한 빨리 러시아군을 몰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 군인들이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주장과 증거가 계속 나오고 있다. 앞서 류드밀라 데니소바 우크라이나 인권 조사관은 “한 무리의 여성과 소녀들이 지하실에서 25일 동안 감금되기도 했다. 이 중 9명은 현재 임신 중”이라며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여성들에게 전쟁 무기로 성폭력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