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 시각) 러시아 생트페테르부르크의 한 은행 앞 현금지급기기 앞에 사람들이 현금을 인출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AP 연합뉴스

전쟁을 감행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 인해 전세계가 러시아에 초고강도 경제 제재를 가하자 러시아 국민들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 28일(현지 시각) CNN에 따르면 러시아 시민들은 전쟁 첫날인 지난 24일부터 5일째 현금을 찾기 위해 은행 자동화기기 앞에 줄을 길게 늘어서고 있다.

모스크바의 한 여성은 “전쟁 첫날 저녁 은행 앞에 줄을 섰지만 8분만에 ATM 현금이 동이 났다, 근처 모든 ATM이 아침 9시에 텅 비었다”고 AP통신에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인들은 하루에 140억 달러(약 16조원)를 인출했다. 달러를 사려는 사람들은 전쟁 전에 비해 달러를 두 배 이상 비싼 가격에 사들이고 있다고 현지 매체는 보도했다.

앞서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대응 조치로 서방 세계가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배제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화보유액을 동결하기로 했다. 그러자 러시아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9.5%에서 20%로 대폭 인상했다. 시세 폭락이 예상됐던 증권시장과 선물시장은 문을 열지 못한 상태다.

EU는 유럽 영공에서 러시아 항공기의 운항을 금지하기로 했고, 애플페이와 같이 러시아에서 대중적인 지급결제 시스템도 중단됐다. 현재 모스크바에서는 신용 카드 결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생필품 가격이 천정 부지로 치솟을 것이 예상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사재기도 벌어지고 있다. 컴퓨터 제조업체 인텔과 델 등 많은 제조업체가 이미 러시아 내 판매를 중단하면서 러시아 내에서는 컴퓨터 등 장비의 대량 구매가 벌어지고 있다. 모스크바 남부 보르네시의 한 남성은 “가전 제품의 가격은 이미 30% 상승했다”고 했다.

식료품 점에도 사람들은 길게 줄을 서고 있다. 모스크바 소재 컨설팅 업체 대표인 크리스 위퍼는 “무역 제한과 통화 가치 폭락으로 물건 값 상승이 예상돼 일부 식료품점에서 사재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제재는 결론적으로 보통 러시아인들에게 타격을 주고 있다”고 BBC 방송에 말했다. 한 식료품 브랜드는 30개씩 판매하던 계란을 1인당 9개로 제한하고 있고, 유제품의 경우에도 한 제품당 양을 20~70g씩 줄이는 방법으로 공급을 늘리고 있다고 현지 매체는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