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 시각)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세르히 키슬리차 유엔주재 우크라이나 대사가 발언을 듣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철군을 요구하는 내용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 채택이 무산됐다.

로이터 통신은 25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안보리 긴급회의가 열렸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군사 행동을 규탄하고, 우크라이나에서 즉각적인, 완전한, 무조건적인 철군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결의안이 미국 주도하에 상정됐다. 하지만 러시아가 비토권을 행사해 결의안을 채택하지 못했다. 애초 당사국인 러시아가 비토권을 보유한 상임이사국이기 때문에 결의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없었던 셈이다.

고개 못드는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 25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상정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규탄 결의안 표결에서 바실리 네벤자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가 손을 들어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는 표결 뒤 “러시아는 결의안을 비토할 수 있지만, 국제사회의 여론과 원칙, 진실은 비토할 수 없다”고 했다.

이번 결의안 채택 과정에서 15개 안보리 이사국 중 11국이 찬성표를 던졌다. 러시아 외에 러시아의 우방인 중국과 인도, 아랍에미리트는 기권표를 던졌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달 중국과 러시아가 각각 대만과 우크라이나 문제를 지지하며 “파트너십에 한계가 없다”고 했다며, 중국이 이번에 기권표를 행사한 것에 주목했다. 통신에 따르면 이사국들은 중국의 표를 얻기 위해 막판까지 설득 작업을 계속했고, 이 때문에 회의가 2시간가량 지연됐다고 한다.

25일 유엔 안보리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규탄 결의안이 러시아의 비토권 행사로 무산된 뒤 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세르히 키슬리차 유엔주재 우크라이나 대사./EPA 연합뉴스

미국의 결의안 채택 노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은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조만간 러시아 규탄 결의안을 유엔 총회에 제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엔 총회 결의안은 안보리 결의안과 달리 법적 구속력은 없다. 다만 표결 과정에서 비토권 행사는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