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인류 최대 우주 실험실인 국제우주정거장(ISS)의 운영 기한을 당초 예정됐던 2024년에서 2030년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중국이 올해 연말까지 독자 우주정거장인 ‘톈궁(天宮)’ 건설을 완료하기 위해 드라이브를 거는 상황에서 우주 활동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주 탐사 기업 스페이스X가 발사한 민간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곤이 지난해 11월 촬영한 국제우주정거장(ISS)의 모습. /UPI 연합뉴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미국 정부가 러시아, 유럽, 일본, 캐나다 등과 공동으로 운영하는 국제우주정거장의 운영을 2030년까지 6년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1989년 미국과 러시아 주도로 건설된 국제우주정거장은 현재 미국 항공우주국(NASA)뿐 아니라 러시아 연방우주국(ROSCOSMOS), 유럽 우주국(ESA), 캐나다 우주국(CSA) 그리고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구 궤도에 떠 있는 인공 구조물로는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이곳에선 첫 상주 인력이 파견된 2000년부터 20여년간 3000건이 넘는 우주 실험이 이뤄졌다.

빌 넬슨 나사 국장은 “국제우주정거장은 평화로운 국제 과학 공조의 상징”이라며 “정거장의 운영 기한을 연장하겠다는 바이든 정부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했다.

NASA의 이 같은 발표는 중국이 지구 궤도에 독자 우주정거장 톈궁 건설을 올해 안에 완료하겠다며 우주 진출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중국 측은 ISS가 운영을 종료하게 될 2024년이면 톈궁이 세계 유일의 우주정거장이 될 것으로 기대해왔으나, 이 같은 야심이 좌절된 것이다. 넬슨 국장은 최근 “중국은 아주 공격적인 경쟁자”라며 “중국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이날도 “더 많은 국가들이 우주로 진출함에 따라 미국이 우주 공간의 평화롭고 책임감 있는 사용을 위한 규범 마련과 동맹 구축에 앞장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 의회가 2030년까지 운영을 연장하는 데 필요한 추가 예산을 통과시키고, 공동운영국들이 이에 찬성할 경우 연장 운영이 확정된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WP)는 “국제우주정거장 시설 노화로 인해 운영 기한까지 우주정거장이 버텨줄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NASA는 지난 10월 민간에 약 4억 1500만 달러(약 4940억원)규모의 차세대 우주정거장 건설 계약을 발주한 바 있다. 이 계약에 참가한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 오리진, 나노랙스, 노스롭그룬만 등 항공 우주 업계 업체들은 입을 모아 10년 안에 국제우주정거장을 대체할 거점 건설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