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브리엘 보리치(35)가 그룹 트와이스 ‘정연’과 스트레이키즈 ‘한’의 사진을 한 손에 들고, 다른 손으로는 엄지와 검지를 이용한 ‘손가락 하트’ 포즈를 취하고 있다./FANDOMS X BORIC 트위터

지난 19일(현지 시각) 칠레의 새 대통령으로 선출된 가브리엘 보리치(35)가 일부 K팝 팬들의 지지를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최근 NBC뉴스 등 여러 외신에 따르면 소셜미디어에 확산한 보리치의 사진에 K팝 팬들이 열띤 반응을 보였다.

해당 사진 속 보리치는 그룹 트와이스 ‘정연’과 스트레이키즈 ‘한’의 사진을 한 손에 들고, 다른 손으로는 엄지와 검지를 이용한 ‘손가락 하트’ 포즈를 취하고 있다.

칠레 역대 최연소 대통령 취임을 앞둔 보리치는 주로 젊은 층에서 큰 지지를 받았다. 20일 칠레 일간 라테르세라에 따르면 특히 30대 미만 여성 유권자 그룹에서 16개 지역 중 15개에서 승리했다.

보리치 지지자들 가운데 K팝 팬들은 스스로를 ‘보리스(Bories)’라고 부르며 그에 대한 지지를 온라인상에서 조직적으로 보냈다. 이들은 K팝 스타들과 보리치를 합성한 사진들을 공유하거나 한국 예능 ‘프로듀스 101′에 보리치를 합성하는 등의 방식으로 보리치를 응원했다.

‘보리치를 지지하는 K팝 팬들(Kpopers por Boric)’ 트위터/트위터

또한 ‘보리치를 지지하는 K팝 팬들(Kpopers por Boric)’, ‘팬덤 X 보리치(FANDOMS X BORIC)’ 등의 트위터 계정들이 생겨나 이런 활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중 ‘보리치를 지지하는 K팝 팬들’ 계정은 칠레 19~37세 K팝 팬 6명이 만든 것으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파시즘의 부상에 맞서 표를 던지고 단합하기 위해 모든 K팝 팬들을 소환하고 싶다”는 성명을 올리기도 했다. 이들은 온라인 활동을 넘어 지난 16일 산티아고의 카페에서 보리치 캐릭터를 새긴 컵 홀더를 제작해 나눠주기도 했다.

/보리치 틱톡

이러한 응원에 보리치도 화답했다. 그는 지난 5일 소셜미디어 틱톡을 통해 “정말 감사하다”며 케이크와 자신의 포토카드 등 K팝 팬들로부터 받은 선물을 개봉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해당 영상의 배경음악으로는 블랙핑크 리사의 노래 ‘머니(MONEY)’가 깔렸다.

이에 대해 CNN 칠레는 16일 “대선을 앞두고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는 K팝 팬들이 자신의 후보 취향과 의견 등을 표시하는 ‘쇼케이스’가 됐다”고 보도했다.

한편 보도에 따르면 이처럼 K팝 팬들이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미국에서 일어난 ‘흑인의 삶도 중요하다(BLM)’시위와 올해 콜롬비아 반정부 시위 당시 K팝 팬들은 온라인상에서 시위대에 전폭적 지지를 보냈다. 칠레에서도 2019년 대규모 시위 이후 칠레 내무부가 시위에 영향을 미친 세력 중 하나로 K팝 팬들을 지목하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K팝 팬들의 영향력과 관련해 칠레의 K팝 전문 언론인 헤르티 오야르세는 CNN 칠레를 통해 “인터넷을 이용할 줄 아는 조직된 다수의 사람들이 있음을 보여준다”며 “아시아 문화를 좋아하면 국내 문제,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편견이 사실이 아님도 입증된다”고 말했다. 그는 “K팝이 정치적인지 아닌지의 문제라기보단 정치가 삶의 모든 면에 침투한 것이다”라며 “K팝을 소비하는 대중은 나라를 위해 변화를 만들고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