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총 든 푸틴 - 21일(현지 시각)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군사 장비 전시회장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함께 소총을 점검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와 미국 간의 대립이 해결점을 찾지 못하면서, 상호 위협의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각) 국방부 확대 간부 회의에서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공격적 태도가 계속된다면, 군사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 10만명 이상의 병력을 동원한 러시아의 행위를 ‘침공 준비’로 규정하고, 강력한 경제 제재를 경고한 미국과 EU(유럽연합)에 군사적 대응을 시사한 것이다. 이에 대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22일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약 4만명에 이르는 신속대응군의 전투준비태세를 상향 조정했다고 독일의 디벨트가 보도했다. 나토 신속대응군은 2002년 창설된 조직으로 이번 조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에 약 10만명의 병력을 배치한 후 나토가 처음으로 취한 군사적 대응 조치다.

때맞춰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가스프롬이 유럽으로 가는 천연가스 공급관 중 하나를 닫았고,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이 장중 34%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정부는 즉각 더 높은 수위의 대책을 내놨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미국이 스마트폰과 자동차 등을 대상으로 한 강력한 수출 통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러시아 경제와 산업에 중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시간이 갈수록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치킨 게임’이 심화하는 양상이다.

①러시아는 왜 우크라이나에 집착하나

러시아는 내부적으로 우크라이나와 사실상 한 민족(동슬라브족)이고, 우크라이나가 자국의 ‘앞마당’이란 인식을 갖고 있다. 18세기 예카테리나 대제의 정복 이후 두 나라는 사실상 한 국가에 속해 왔다는 것이다. 경제와 안보 분야의 실질적 이유도 크다. 우크라이나는 프랑스에 이어 유럽 2위 농업 대국이다. 국토의 3분의 2인 흑토 지대에서 연간 2200만t의 밀을 생산해 러시아와 소련을 먹여 살려왔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우크라이나는 서유럽 세력이 러시아로 들어올 때 꼭 거치는 ‘전략적 요충지’”라고 했다.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과 나치의 러시아 침공 모두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양쪽으로 밀고 들어갔다.

②최근 러시아가 공격적으로 나오는 이유는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러시아는 벨라루스를 제외한 서쪽 국경에서 나토 가입국과 완충 지대가 없어져 국경을 마주하게 된다. 전쟁이 터지면 자국 영토에서 벌어진다는 뜻이다. 비핵화된 우크라이나에 나토의 핵미사일이 배치되는 것도 골치 아픈 문제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나토의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이 5~10분 내에 모스크바를 타격할 수 있고, 저공으로 날아오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은 최신 방공 체계로도 잡기 어렵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구소련 시절 서유럽 주요 도시를 10~15분 내에 모두 파괴하겠다며 우크라이나에 3000여 개의 핵미사일을 배치한 경험이 있어 제발이 저릴 수밖에 없다.

③러시아는 결국 침공할까

러시아는 2014년 크림 반도를 침공, 강제 합병해 지금도 서방으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 민족주의’를 고취시켜 내부적으로 푸틴 지배 체제를 더 공고히 했다. 이 때문에 푸틴의 침공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내년 초에 기습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국과 EU를 견제하기 위한 ‘페이크 모션’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러시아의 목적은 우크라이나를 지속적으로 ‘분쟁 지역’으로 묶어 두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보 위기를 지속적으로 부각시켜 권위주의적 통치 체제를 강화하고, 서방으로부터 최대한의 경제적 이득과 외교적 양보를 끌어내겠다는 구상이라는 것이다.

④바이든은 어떻게 대응하나

문제 국가와 1대1로 대응했던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은 ‘동맹과 함께 하는’ 집단적 대응을 추구한다. 이에 따라 러시아에도 EU와 연대한 경제적 제재를 내세웠다. 하지만 러시아가 오히려 유럽으로 가는 천연가스 줄을 조이며 역(逆) 경제 보복이란 ‘패’를 보이자 난처해진 상황이다. 결국 꺼내든 것이 스마트폰과 항공기·자동차 부품 등 전략 물자의 금수 조치다. 바이든이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미리 밝히자 사실상 러시아의 침공을 용인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로이터는 “1962년 쿠바 위기 때처럼 (위기가 더 고조된 뒤) 미국과 러시아 양국 간 ‘막판 타결’ 가능성이 거론된다”고 전했다.

⑤우크라이나는 어떤 입장인가

우크라이나는 다수인 우크라이나계(78%), 동부 돈바스와 남부 크림 반도의 러시아계(17%)로 갈라져 있다. 현재 집권 세력인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은 러시아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 친서방 노선을 걷고 있다. 이를 위해 나토와 EU 가입으로 서방의 일부가 되는 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도움이 절실한 동시에 상당한 불만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련 붕괴 이후 보유하고 있던 3000여개의 핵무기를 1994년 미국 클린턴 행정부의 중재로 러시아에 넘겼기 때문이다. 당시 클린턴은 그 대가로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약속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결국 현재의 위기를 맞았다는 것이다.